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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여행] 대한민국 구석구석 무장애 여행

| 유아차를 탄 아이와 부모님도 함께

by 암시랑

예전에 우연히 본 기사에서 휠체어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저자의 모습을 접하고 경이로웠다. 휠체어를 타기 시작하고 내게 여행은 끔찍한 고행이 되었기에 마음과 다르게 피하기 급급했다. 그런데 나와는 다른 저자의 용기가 부러웠다. 그런 저자는 무장애 여행작가로 라디오 진행자로 칼럼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한국 접근 가능한 관광 네트워크> 대표다.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무장애 여행이 가능한 곳이 있을까? 생각했다. 곳곳에 ‘무장애’라고 해서 가보면 대충 나무 덱을 깔아 놓거나 다목적 화장실 정도 갖춘 곳을 그렇게 부르는 정도가 많다.


잘 가다가 길이 끊기거나 단차를 만나 휠체어를 돌려야 해서, 곤란한 표정의 일행을 앞으로 하고 나는 남아야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대한민국의 무장애 여행지를 믿지 않았다. 여행은 타인의 활자로 하는 게 익숙해졌다.


한데 "현실적으로 완벽한 '무장애' 여행지는 없고, 다만 그 목표로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라는 그의 말에 심히 공감했다. 완벽한 곳은 없고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할 각오를 더해 그가 소개하는 그런 여행지로 떠나 보려 한다.


부디 이 30곳이 300곳, 3000곳이 되어 여행이 대단한 각오와 결심을 하지 않아도 훌쩍 떠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희망한다. 아무튼 저자의 여행을 토대로 대한민국 곳곳의 무장애 여행지로 여행을 떠날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예전에 휠체어를 타고 경복궁에 간 적이 있었다. 국립고궁 박물관에 들렀다 경복궁까지 가게 됐는데 입구에서부터 난관이었다. 바닥에 깔린 울퉁불퉁한 궁궐의 돌덩이들은 아무리 천천히 휠체어를 몰아도 멀미가 날 정도였다.


결국 보고 싶던 근정전을 견고히 받치고 있는 계단에 멈춰야 했다. 아쉬운 마음에 관계청에 문의를 했다. 한쪽에 경사로를 설치하면 어떠냐는 문의에 문화재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어쩔 수 없이 수긍했지만 한동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궁이나 사찰들은 접근성이 최악일 것이다. 거대한 계단이 막아서거나 혹 경사로가 있다 하더라도 내부까지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현실에 만족해야 하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접근이 많이 개선된 부분들을 짚어주는 저자의 안내가 여행 세포를 꿈틀거리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서대문형무소는 꼭 가보고 싶던 버킷리스트 중에 한 곳이었는데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니 용기를 내봐야겠다.


저자는 여행지 소개에 앞서 관람 동선과 접근 가능 방법을 안내한다. 특히 대중교통 여행으로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장애인 콜택시 안내를 포함하고 있어 유익하다. 그럼에도 주차장 여부와 화장실 이용 편의가 생략되어 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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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입장에서 여행이 가능할까 싶다. 휠체어를 사용한다고 무조건 이용 가능한 것도 아니고 보행이 불편한 심한 장애인을 확인받아야 가능해야 하고, 한번 이용하려면 보통은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으로 여행이 가능할까?


"무장애 여행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 긍정적 관계를 맺고 하는 시간이다. 깊이 보고 널게 확장해 모두가 소외되지 않는 무장애 여행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78쪽_06 임진각


곳곳에서 막아서는 계단 앞에서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니 기꺼이 참아 주겠다며, 몸속에 사리 하나를 기꺼이 빚어내겠다는 그의 속상함이 진심 공감 돼서 한참 웃었다.


하지만 그는 무조건 가고 나는 멈춰 가지 않으니 피부에 와닿는 감각은 다를 수도 있겠다. 선운사 기와에 '후회하기 싫으면 그렇게 살지 말고, 그렇게 살 거면 후회하지 말라'던데 나는 이렇게 살면서 후회하고 있으니 참 착잡하다.


책장을 덮고 그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는 여행을 보면서 궁금했다. 전동 휠체어로 여행지를 다니다 보면 배터리의 충전에서 자유롭지 못할 텐데 어떻게 이렇게 긴 동선을 움직일 수 있을까? 보통 15km 내외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고 보면 여행 중간 충전은 어떻게 해결할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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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쪽_07 남양주 | 193쪽_17 춘천 | 250쪽_22 고창


이 책은 이동 약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 가능한 여행지를 소개하면서 그곳의 역사와 감상 그리고 상상을 도울 수 있는 사진을 함께 담았다. 휠체어를 타고 바닷가 카라반을 이용할 수 있다니!


이동에 제약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보고 듣고 직접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을 어마 무시하게 확장시켜 줄 듯하다. 덧붙여 그가 펼치는 의미 있는 활동이 지속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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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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