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의사는 다 어디로 갔을까
요즘 아주 핫하다며 아들의 추천 드라마였다.(한풀 꺾였나?) 의학 드라마는 늘 뒤끝이 좋지 않았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의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낭만닥터 김 사부>같은 메디컬 드라마는 더 그랬고. 달달하고 몽글몽글한 멜로가 더해져 설레거나 생명에 고도로 집중하는 인물들의 치열함이 덩달아 뭉클하게 만들기도 해서 좋았더랬다.
아무튼 <중증외상센터>는 그런 요즘 의학 드라마 공식을 적절히 믹스한 느낌이 들었다. 몰아보기로 정주행 하는데, 뭐랄까 첫인상은 불쾌했달까? 백강현이 보이는 ‘사람 살리겠다’라는 신념은 동료 의사의 존엄이나 인권을 뭉개고 있었고, 특정 인물의 행동을 저열하게 만들어 빠른 시간에 극적인 대비를 만들려는 느낌이었달까.
어쨌거나 백강현을 내세워 ‘살린다’와 ‘사명감’인 두 개의 키워드를 내세운 드라마는 빠른 전개로 몰입도가 높았다. 스토리는 다소 현실감이 상상력에 지배되기도 하지만 그거야 웹툰이 원작이라 그렇다로 충분히 봐줄 만하다. 이국종 교수 같기도 하고 <낭만 닥터 김사부>의 김사부 같기도 하고 암튼 사이다같이 시원시원함이 서렸다.
완전 불만 가득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백강현이 살려내려는 태도와는 다르게 요즘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이기적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아직도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고, 위급한 환자들은 여전히 구급차에 실려 병원 뺑뺑이를 돌다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한다.
정부 역시 똑같긴 마찬가지여서 대통령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중증외상센터 전문 수련의 양성 지원금은 날리고, 의사는 밥그릇은 챙기느라 파업이나 하는 현실에서 <중증외상센터>가 시사하는 바가 커도 너무 크다.
드라마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까나?’ 싶은 생각에 좀 통쾌했다.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는 의사들의 입장을 깊게는 알지 못하지만 전남 지역을 통틀어 아동청소년 외과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1명이라는 TV 인터뷰를 봤었다. 이뿐만이랴 지역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해 공보의까지 다해도 감당이 안 된다는 이야기는 많다.
인턴에 레지던트 수련을 하면서 잠이 부족해 죽을 지경인 현실이 의사가 많아지면 해결되지 않을까? 잠도 충분히 자면서 수련하고 지역에도 안정적인 진료가 가능해질 텐데.
물론 경제적인 논리를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지방은 의사가 부족해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역이 많은데, 정작 도시는 의사가 넘쳐 난다. 또 편하고 돈이 되는 진료과는 의사가 넘치고 힘들고 돈 안 되는 분야는 기피하는 현실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과연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고 의료 현실의 문제를 주장하는 것인가 해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백강현이 반복해서 ‘의사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며 살리기와 사명감을 의사들을 향해 호통치는 모습이 아주 짜릿했다.
아무튼 이런 대치적인 상황을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의사는 싸울 때 싸우더라도 ‘생명’을 살리는 최전선에 있어야 하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걷어차고 나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겠다고 시위를 하는 작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아무튼 기조실장이 돌아와 대립각을 세울 게 예상되는 시즌 2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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