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인문]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 어느 교도소 목사가 가르쳐 주는 인생의 교훈

by 암시랑

죽음을 목전에 두었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것을 해야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될까? 영화 대사가 떠오르는 제목에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저자 카리나 베리펠트는 스웨덴 STV에서 <Carina Bergfeldt>라는 제목으로 토크쇼를 진행한다. 소외된 이들의 죽음에 관해 관심을 갖은 그는 전립선암 4기와 백혈병으로 5년 안에 죽을 것이라는 진단 후 276명 사형수의 마지막과 자신의 마지막이 결국 같음을 깨달은 몽고메리 카운티 피해자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짐 브라질 목사와의 대담을 함께 정리했다.


그가 사형수인 로스와 인터뷰 중에 공감대를 만들어 준 파울루 코엘류의 <악마와 미스 프랭>을 검색해 대여를 신청했다. 로스와는 다르게 내겐 읽을 시간이 충분하다는 사실이, 문득 감사했다. 로스에겐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줄곧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신을 대신한 형목(형무소 목사)이라 해도 눈앞에서 생명이 사라지는 장면을 매일 목도한다는 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살 만큼 살다가 죽음에 다다르는 자연사가 아니고 어쨌든 타자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것이니까.


"저는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저도 전립선암과 백혈병 4기를 진단받았거든요. 그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예요." 11쪽


276명의 죽음을 지켜보았다는 목사 짐 브라질은 자신도 질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했다. 결국 죽음은 죽음일 뿐이라면서. 그렇다면 자의든 타의든 죽는다는 건 결국 같은 의미일까.


텍사스는 사형수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죄목도 경제적 능력도 상관없이 적절한 장례 치를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고 하는데 감탄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하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아버지를 호스피스 병원에 모셨는데 아버지는 그곳에서 최소한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을까.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보면서 짐 목사가 말하는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KakaoTalk_20250522_092159658_01.jpg 182쪽


어쩌면 인간의 최소한의 자유마저 제한하는 그곳에서 존엄이 지켜지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미미하다 할지라도, 곧 사라질 목숨에도 존엄은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 이들의 노력이 감사하다.


짐 목사가 '빨간' 팬티를 입고 수감자들의 마지막을 지키다가 문득 그들에게 생명을 빼앗기 거나 혹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다시 피해자의 안녕을 보살피며 겪는 심리적 변화에 공감하게 된다.


사형수의 마지막이 피해자 가족들의 시작이 되는 순간이라는 것, 그래서 짐의 연락이 더 이상 필요 없고, 심지어 차단하는 이유가 와닿았다.


KakaoTalk_20250522_092159658_02.jpg 394쪽


이 책은 죽음을 눈앞에 둔 이들은 사형수이든 질병이든 관계없이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성찰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내 한줄평은 "죽음의 문턱에서 전해 온 오늘의 의미, 후회 없는 삶을 다시 묻다."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이 허무하다거나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사람 혹은 '지금 여기'의 가치를 고민하며 인생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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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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