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인문] 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by 암시랑

소리 하나에 마음 흔들리던 날을 기억한다는 문화콘텐츠 전문 작가 이서희는 문화 예술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문지기 역할을 기꺼이 담당한다. <방구석 오페라>, <방구석 뮤지컬>, <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등을 썼다.


그런 그의 전작 중 <방구석 오페라>, <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를 읽었다. 생소한 오페라를 친숙하게, 친숙했던 애니메이션을 그립게 만들던 그의 이야기들이 좋았다. 이 책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안 봐도 비디오니까.




개인적으로 판소리는 영화 <서편제> 정도로만 기억해서 그 외 방위의 판소리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만큼 내게 판소리는 오페라만큼이나 생소한 콘텐츠이고, 심지어 막귀를 가진 나로서는 섬세한 소리의 세계이다 보니 그의 이야기를 얼마나 이해하고 빠져들 수 있을까 살짝 염려되지만 그의 이야기 솜씨를 믿어보기로 했다.


어려운 한자가 많은 판소리 대목과는 다르게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저자의 이야기에 빠지고, 큐알코드로 직접 가락을 보고 들을 수 있어 완전 땡큐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덜컥 송가인이 나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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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쪽 | KBS 유튜브, 2022 설특집 조선팝어게인 송가인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 처한 착한 흥보가 놀보처럼 악한 사람들의 핍박과 무시에 시달린다는 서사는 조선 사회의 빈부 격차와 계급 구조에서 사회 약자가 겪는 고통을 고발하는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50쪽


흥보가의 놀부의 악행이나 심술을 통해 흥보와의 대조적인 권선징악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에서 사회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는 저자의 통찰이 돋보인다.


또 국사 교과서에나 봤던 김시습이, 그 15세기 소설가의 작품인 <금오신화>에서 이런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가 있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생규장전>의 비극적 사랑 서사를 통해 인간적 보편성을 공감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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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쪽, 246쪽


이 책은 잘 알려진 수궁가를 비롯 숙영낭자전·정수정전·옹고집타령·처용가 등 전통 판소리 5마당과 잊힌 네 곡의 타령, 향가·고전시가·고전소설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그리고 저자가 전통 판소리를 현대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교양 에세이 형식으로, 친절하게 판소리 용어 해설로 시작하면서 독자들이 판소리 입문의 이해를 돕는다.


전체적으로는 그저 판소리 소개라는 의미를 넘어 역사와 사회적 배경, 예술적 가치를 균형 있게 다루며 각 이야기 속 인물의 보편적 감정을 인생이라는 큰 틀에 얹어 위로와 공감을 자아내는 힐링 에세이다. 우리 소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입문할 수 있는 안내서가 되겠다.


판소리의 서사와 음악미,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여러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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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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