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사회과학] 불완전한 그대로 온전하게

| 정상성에 대한 담론

by 암시랑

애슐리 슈, 버지니아 공대에서 장애학과 기술 윤리를 가르친다. ‘기술로 장애인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을 비판한다. 그런 의미로 ‘기술낙관주의(Technoableism, 테크노에이블리즘)이란 용어도 만들어 장애인과 기술의 관계, 기술의 사회적 책임, 접근성과 포용성에 중점을 둔다. 그래서 장애 차별적인 기술낙관주의에 반대한다. 이 책은 장애와 기술에 대한 중요한 담론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받는다. <동물의 도구 사용과 기술적 지식>, <미래를 위한 공간>을 썼다.


이번 서평에 드러낸 서평으로 장애학을 깊이 알지 못하는 당사자로 뭘 알고 까부냐? 같은 시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 좀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 장애의 의미를 어디까지로 확장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온도 알지? 맞춰줘."라며 집안으로 들어서며 에어컨에게 말을 거는 TV 광고를 보면서 흐뭇했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겐 언제부턴가 기술은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주는 아주 훌륭한 조력자이기도 하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선적적보다는 후천적 사고나 질병으로 발생하는 장애가 국내의 경우 85.2%(장애인고용패널조사, 장애인고용공단, 2024)에 달한다. 이런 통계를 미루어 장애를 인권이나 사회 기능적인 부분으로 접근해 보면 개인의 권리 박탈이나 차별의 대상 혹은 접근성의 불편 혹은 배제 같은 의미에서(그 외 수만 가지의 다름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기술'이 차지하는 의미는 적지 않을 것인데 그런 기술이 주는 기능적인 부분을 부정적으로 주장하는 저자의 말이 궁금했다. 그래서 당사자인 내겐 의미 있는 책이 아닐 수 없다.


"거창한 기술뿐 아니라 왼손잡이용 가위나 보행 보조기, 보청기도 모두 장애 보조기술이다. 하지만 기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일상생활에 통합되는지, 현대 사회에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에 관한 논의에 장애인들은 거의 한 번도 함께한 적이 없다." 23쪽


역시 예상했던, 장애를 병리학적 혹은 기능적인 부분으로 보는 관점을 비판한다. 장애는 이미 어디 하나 이상은 고장 난 것이고 그것을 고쳐야만 하고 그래야만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뿌리 깊게 내려온 관념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설명한다. 나 역시 35년 동안 여전히 겪고 있는 관념들이기도 하다.


예컨대, 비장애인이 PT를 받으면 운동이라 하고 장애인이 받으면 재활이 되는 희한한 세상에서 저자의 주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는 모르겠다. 다양성이 고려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장애는 극복하는 거라고 믿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니까.


아무튼 저자가 자신의 장애를,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 드러내야 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을 읽다가 공공장소에서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장애 체험이나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생각한다. 과연 이런 이벤트가 장애에 긍정적인 인식을 가져올까?


타인의 고통이나 끔찍한 불편함을 이해(?) 하는 것이 잠깐의 체험으로 충분할까? 또, 다양한 장애를 가진 강사가 자신의 불편함을 드러내 우린 다르지만 같은 사람이니 동급으로 취급(?) 해야 한다고 어필하는 것으로?


언제, 어떻게, 왜 장애가 생겼는지 이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애인 역시 똑같이 중2병을 거치고 밤새 롤을 하고, 머리 터져라 입시를 통과하고 취준생을 거쳐 일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 사랑(물론 섹스도) 하고 결혼해서 아이도 갖는, 물론 이런 정형화된 삶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것을 장애인도 겪는다는 것을 그래서 다름이 같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장애를 있는 그대로, 오롯이 그 사람 자체로 바라보는 세상(인식)이어야 한다. 그저 개별적인 존재들로 다를 뿐이다.


저자는 최소한 장애에 관한한 '기술낙관주의'는 기술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기술을 설계하고 만들고 치료하는 행위로 여기는 부분을 우려하고 지적하면서 기술을 이용하게 될 사람들을 깊이 이해하지도, 그들 삶의 맥락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은 채 그저 도우려는 자세는 정작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KakaoTalk_20250602_185311903_01.jpg 43쪽


이 책은 '정상'에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그저 다수의 비장애인들에게 맞추기만 한 '정상성'에 대한 질문이자 장애를 고쳐야 하는 문제로 보는 편협된 시각 등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인간의 보편적 삶에서 비켜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장애에 고정화된 인식을 갖는 사회 문제를 재치있게 비판한다.


"장애가 있다는 말은 결핍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나뉘어서 갈라진 능력ability, 즉 다름을 의미한다." 56쪽


또, 장애학과 장애의 역사 등 많은 내용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자폐성 장애의 유형 중 아스퍼거증후군은 더 이상 진단명으로는 쓰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나치가 자폐인으로 선별된 사람들을 죽였는데 그 일을 한스 아스퍼거가 자폐인을 진단했다는 데서 기인한다. 그는 자폐인이지만 노동을 할 수 있을만한 특정 유형의 사람들을 제외했는데 이들을 아스퍼거증후군으로 불렀다 한다. 이런 역사적인 흥미로운 사실도 함께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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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저자 이야기처럼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관심 있는 주제를 읽어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장애 담론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제1장 <장애가 있는 모든 것>은 장애의 정체성과 기술낙관주의를 정의하면서 장애인이 일상에서 어떻게 배제되는가를 소개한다. 제2장 <방향 전환>과 제3장<각본 속 장애>는 기술의 발전이 장애를 고쳐야 할 결함이라는 고정관념을 통해 장애인을 어떻게 실험 대상이나 소모품처럼 여기는지를 드러낸다. 제4장 <새로운 다리, 낡은 수법>에서는 장애인의 삶에서 보조 기기를 통한 의료 인프라가 맥락을 이해하는 것보다 장애를 제거하는 기능으로 소비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제5장 <신경 다양인 저항 운동>은 자폐성 장애를 중심으로 신경 다양성 패러다임과 기술이 자폐에 대해 어떻게 개입되는지를 보여준다. 제6장 <접근성 높은 미래로>에서는 기술의 진보에서도 장애는 존재할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정해야 할 것은 장애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식"이라고 주장한다.


"우주에서 우리는 모두 장애인이다. 환경이 우리에게 꼭 맞는다고 느끼는 것은 모두 지구의 일이고, 개개인의 역량 역시 지구에서나 그렇다. 장애인들이 지구에서 가지게 된 약점이 우주에서도 똑같이 약점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218쪽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관점을 미래, 즉 우주를 드나드는 시공간으로 끌고 간다. 그러면서 미래에는 어떤 의미로든 모두 장애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확고히 드러낸다. 기후 환경의 변화, 바이러스 팬데믹 우주여행 등 질병이나 중력가속도를 버텨낼 신체적 상태 등을 포함해서 미래는 분명 장애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쓰다보니 칼럼처럼 길어졌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이 더 좋았던 이유는, 저자가 직면한 장애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애의 스펙트럼을 통해 '장애는 단일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그저 당사자의 입장에서 현상에 대한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낙관주의로 명명된 기술발전 논의 속에 숨어 있는 장애차별적 관점을 비판하면서 장애를 "해결"이나 "치료"해야 할 문제로만 여기는 실태를 비판하면서 기술력으로만 해결하려는 사회적 담론을 문제 삼는다. 장애학을 공부하는 학생이거나 장애에 관심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 있어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더 이상 기술이 장애를 고치는 시대가 아니라 인식의 변화가 장애를 포용하는 시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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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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