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안의 편견 마주하기
당사자 사회복지사로 인권강사 활동과 장애와 관련한 글을 쓰거나 강의를 종종 한다. 이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차별인데, 저자의 전작 <말이 칼이 될 때>를 읽으며 전 지구적으로 퍼진 혐오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었다.
게다가 얼마 전 한 지자체가 마련한 그의 강의를 들은 터라 이번 책도 그러하리라는 얼마간의 믿음이 생겨 법률에 기반한 그의 인권적 해석이 너무 궁금했다.
저자 홍성수는 2009년부터 숙명여자대학에서 기초법, 인권, 차별 문제를 가르치고 연구해온 법학자로 혐오 표현, 소수자 인권, 사회적 차별 문제에 대해 명쾌한 글과 강연으로 인권증진을 위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법 이론과 현실 문제를 연결해 '일상 속 차별의 구조'를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맞추며, 독자가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게 만들었다.
국회에 계류 중인 포괄적 <차별 금지법>과 특정 대상을 지칭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헷갈려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분명 그럴 테다.
어쨌든 여러 논란이 되는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차별은 분명 혐오 범죄로 가는 고속도로임에는 틀림없고 그런 면에서 이 법을 이해하는 건 꽤나 중요하다.
보통 인권과 관련된 조사를 보면 우리는 스스로 '타인을 차별하지 않는다'라고 인식하는 자뻑 스타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 다른 답변에서는 '사회 구조적으로는 차별이 만연하다'라고 인식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차별을 나는 하지 않는데, 쟤는 한다'라는 의미다. 진짜 그런 걸까? 저자도 그래서 착각이라 꼬집는 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 사회가 타자와 관계를 맺지 않을 방도가 없는 한 누구에게나 차별적 경험은 피할 수 없고 그래서 차별 금지법은 저자의 '공존의 조건을 만들어가는 법'이라는 말은 꽤나 울림이 있다.
"어떤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빼앗는다. 사회 구성원으로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 수 있고 내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건 그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공기처럼 누릴 수 있다. 그 자유를 파괴하는 것, 자유로운 공동체의 전제 조건을 위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차별이다." 50쪽
그는 차별의 정의를 사전적 정의에 덧붙여 구체적으로 설명하는데 뭔가 뿌옇던 것이 시원하게 걷힌 느낌이 들었다. 심오한 의미를 파고들 깜냥은 안되지만, 일반적으로 둘 이상의 비교 대상을 구분하는 사전과는 달리 그는 '부당함'을 추가한다.
예를 들면, 상품의 우수성을 드러내기 위한 '차별'화 전략처럼 그 자체로 차별이 긍정적일 수 있지만, 부당함이 뿌려진 차별은 마음을 꽤나 불편하게 만든다는 설명에 차별의 정의가 좀 명확해진 기분이랄까.
읽다 보니 '차별 금지 사유'에 대한 내용 중 채용과 관련한 궁금증이 일었다, 요즘은 이력서에 학력, 출신, 장애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항목을 기재하지 않는데 만약, 채용 시에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업무가 중요하다면 차별은 용인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면, 갑작스러운 장애 발생으로 정서, 심리적으로 사회복귀가 어려운 중도 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돕는 '동료상담가' 채용이라면 당연히 장애를 드러내야 하고 이는 차별 금지 사유이지만 차별로 볼 수 없는가?였다.
요지는 장애가 없지만 충분히 정서심리적 지원이 가능한 비장애인도 있으므로 그 업무를 '장애인만 할 수 있다'라고 단정할 수 없으니 이런 경우 오히려 차별이 아닐까라는 우려가 읽는 내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결국 이 고민은 한참 뒤쪽에 '차별을 차별로 해소할 수 있다'라는 설명을 읽고 나니 묵힌 체증이 한꺼번에 내려가는 것처럼 시원해졌다. 물론 그런 차별 역시 꼭 필요한 타당한 이유와 한시적이어야 한다는 '적극적 평등화 조치(적극적 조치)'라는 전제가 있을 때만 가능하지만. 어쩐지 차별에 대해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헌법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명시적으로 차별 금지를 해야 한다고 하고 있음에도 저자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차별은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또 꽤 많은 사례를 통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어 보는 내내 가슴이 들끓었다. 나는 차별을 하는 쪽보다 좀 더 당하는 쪽이어서이겠지만.
왜 포괄적 차별 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하는지 이 책을 읽고도 여전히 반대한다면 그건 그저 반대를 위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차별 금지법은 어떤 경우에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자유가 허용되는 사회보다는 모두가 차별 없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차별 금지법의 취지다." 213쪽
그래서 표만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아닌 이상 저자가 설명하는 자유와 차별을 엉뚱한 '의도'로 해석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누가 뭐래도 "차별은 그 자체로 나쁘다."라는 그의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암만 그렇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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