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의 품격을 높이는
저자 호세 카를로스 루이스는 스페인의 코르도바 대학교의 철학 교수로, 고전 철학부터 현대 사회 문제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며 대중에게 철학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 철학의 실용적 가치를 강조하는 <생각하는 기술>, <플라톤에서 배트맨까지>, <좌절에 맞서는 철학>, <교육받은 여성> 등을 썼다.
스페인어권의 우수한 도서를 소개하는 데 열정을 보이는 김유경은 원문의 의미를 충실히 전달하면서도 과도한 직역을 피하고 맥락을 살리는 번역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외에도 <언어의 뇌과학>, <스토아적 삶의 권유>, <우리는 모두 상처받은 아이였다> 등 심리와 인문을 아우르는 다수의 책을 썼다.
저자는 행복에 대해 광범위하고 세밀한 사유를 작정하고 쏟아내는데 과거, 그러니까 세계화 이전과 이후를 명확히 구분한다. 표지 그림 나무뿌리처럼 뻗어나가는 저자의 철학적 사유를 따라 숨 가쁘게 읽게 된다.
과거에는 행복을 딱히 정의하지도 않았고 그저 '잘 사는 것'이 행복이라 믿었으므로 굳이 그 자체를 탐구하지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고 설명하며 칸트의 말로 보충하는데 잘 사는 것과 행복이 등치관계라는 게 이해는 되지만 지금 내 처지로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이성적 존재가 살아가는 내내 끊임없이 자신의 삶에 동반하는 즐거움을 자각하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16쪽
이 책은 단순한 철학 입문서가 아니다.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를 다루며 일상에서 무심코 받아들이는 감정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가 어떻게 사고를 흐리게 만드는지를 짚어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철학적 사유를 제시한다.
그러면서 '정답' 대신 스스로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갓생'이나 '성공'의 강박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진정한 관찰자가 되는 법을 일깨운다.
한편, 세계화 이후는 이전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패러다임의 변화로 본질과 형식, 내용이 달라진 '포스트 행복'이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하면서 이는 사람들이 너무 바쁘게 사는 탓에 더 이상 사색과 관조, 즐거움을 누릴 시간을 허락하지 않아서라고 지적한다. 이런 인류는 '하이퍼모던'이며 이들은 과도하게 외부환경에 노출되고, 그만큼 취약해졌다고 주장한다.
또, 하이퍼모던의 관점을 돌연변이와 후성유전학으로 구분하고 나아가 이들이 공동체 내에서 타자와의 관계와 도덕적 덕을 실천을 이야기하는데 철학적 깜냥이 새털만큼 가벼운 나로서는 꽤나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저자는 리투아니아의 사상가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말을 빌려 타자와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시간의 개념을 '순간'으로 정의하면서 '행복'의 여정에 덧붙여, 여러 철학자와 학자들의 모호성을 지나 포스트 행복으로 나아가는 세 가지 단계를 제시한다.
첫 번째로 준비단계로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편의의 필요성을 꼽는데, 이는 목표의 실현 가능한 고된 노력보다 목표에 도달했을 때의 환희를 생각하며 자기암시하는 것을 우선한다.
두 번째는 출발 단계로, 결단력과 추진력을 꼽는다. 이는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의 신뢰와 확신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자원이 충분해서 실패는 고려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마무리로 하이퍼모던의 주체는 보통 끝마무리가 시원찮다고 지적하며, 합리적보다는 감정적인 이유를 설명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계획은 실패 확률이 높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각 단계가 독립적인 존재론적 의미를 갖는다는 저자의 설명은 개인적으로는 이해와 공감은 먼 얘기처럼 느껴졌다.
읽고는 있지만 사유는 하지 못하고 머리가 멈췄달까. 저자가 지적하는 하이퍼모던의 주체처럼 조용히 생각을 멈추고 책장을 다음으로 넘겼다.
이어 현대의 SNS를 통해 소비되는 현상들을 디스토피아의 모습으로 환기하는 부분은 공감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어휘 축소와 언어의 직설성은 하이퍼모던 주체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언어의 직설성은 현실을 단선적이고 절대적인 방식으로 제시하며, 그 어조는 언제나 단호하고 직접적이며 은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 표현은 이분법적 반응을 증폭시켜 전적인 동의 아니면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결국 '악플러'를 양산한다. 이런 단방향적 인식 패턴을 넘어서는 사유 능력은 퇴화된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는 주체를 더욱 확고한 신념으로 무장시킨다. 이들은 자신이 구축한 견고한 감시탑에서 오직 자신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게시하는데, 이때 그들이 기대하는 반응은 오로지 무조건적 동의뿐이다. 결국 의견 차이를 수용하는 능력은 점점 더 줄어든다." 205쪽
이런 사회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팽배한 부분이고 한국 사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편향적 논리로 무장한 부류들이 일방적 혐오를 쏟아내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지적하는 내용은 깊은 울림이 있다.
철학적 깜냥이 하도 모자란 탓에 쉽지 않아 중간중간 고비가 있던 책이었다. 확실히 지적 수준을 양보다 질로, 제대로 사유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안내서 같은 느낌이다. 생각이 흔들리는 시대에 중심을 잡기에는 꽤나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쉽게 지친 사람이나, SNS 속 화려한 세상과 자신의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단순한 위로를 넘어, 삶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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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