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문학] 하루키의 언어

더없이 꼼꼼하고 너무나 사적인 무라카미 하루키어​

by 암시랑



"번역은 궁극의 숙독"


번역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에서 그의 작품에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워낙 유명한 작가이지만 그를 좋아하지도, 그의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부러 피하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서점가를 휩쓸다시피 했던 <1Q84>라든지 얼마 전에 출간된 <기사단장 죽이기>는 읽어보고 싶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다른 책에 밀려 읽지 못했다. 나와는 인연이 아닐지도. 어쨌든 <하루키의 언어>라는 제목에 홀린 듯 서평단에 덜컥 신청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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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친절하다. 하루키의 연대기랄까 일목요연한 사전이랄까.


하루키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그가 자란 동네와 어슬렁거리며 산책하던 곳, 그가 다닌 학교 그가 읽었던, 번역했던 썼던 책들에 나온 배경, 등장인물 등 모든 것을 아주 꾹꾹 눌러 짜내고 있다.


누군가를, 그것도 생존하는 게다가 아직 팔팔한 70대의 현역 작가를 좋아해서 그를 연구하고 탐험하며 여전히 항해 중이라는 게 솔직히 개인적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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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통과한다'라는 하루키가 자주 쓰는 '우물로 내려간다'라는 표현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키워드다. 태엽 감는 새 연대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벽을 통과하는' 이야기입니다. 견고한 돌벽을 통과해 지금 존재하는 장소에서 다른 공간으로 가버릴 수 있다는 것…… 그 이야기를 가장 쓰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벽을 '통과하는' 게 가능할까? 하루키가 창작 과정에서 실제로 우물 깊숙이 들어가, 스스로를 보편화함으로써 시공을 초월해 다른 장소로 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워프 현상'이 모든 작품의 공통 주제이기도 하다." p558


사실 유려한 문체가 살아 숨 쉬는 그의 소설, 장편이나 단편을 짧게 모은 것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을 보란 듯 비껴갔다. 이 책은 마치 인명사전이라고 해도 적당하다. 그에 관한 'ㄱ'에서 'ㅎ'까지 혹은 그보다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어쩌면 당사자인 하루키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에 대한 것을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처럼 잘 모르는 사람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대한 깊은 호기심이 생긴다거나 그를 친숙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작가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호기심을 갖게 하기엔 충분해서 이 책 이후 하루키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분명 신나는 일이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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