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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두번째 전이 & 탈모와 가발

4기 암환자의 슬기로운 치병 생활

by 암슬생

복직! 과연 잘한 걸까?


난 일복이 많은 사람인지 스트레스를 몰고 다니는 사람인지. 업무 강도도 비교적 약하고 스트레스도 덜한 부서라고 발령받아 왔는데 하필이면 그 해('22년) 큰 프로젝트가 떨어졌다.


8월에 마쳐야 하는 그 부서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프로젝트. 일과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다시 힘들어하는듯했다.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주위의 말들은 그냥 빈말로 들렸다. 조직은 암 환자라고 배려를 해줬지만 정작 본인은 일을 허투루 할 수가 없었다.


유난히 더운 그 해 여름,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무리를 했다. 결국 또 올 것이 왔다. 복직했다고 꼭 다시 문제가 되는 게 아닐 수도 있지만 그것 때문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복직이 무리였던가?


2번째 전이 그리고 탈모


8월 행사를 앞둔 7월 정기 평가에서 '폐전이' 판정을 받았다. 2군데 전이였다. 8윌 행사를 마치는 대로 다시 항암을 시작하기로 했다.


항암제는 젬시타빈, 시스플라틴, 아브락산(일명 젬시아). 이 항암제는 탈모가 거의 100% 된다고 했다.


암 환자에겐 탈모가 심적으로 굉장히 두렵고 신경이 제일 쓰인다. 본격적인 탈모가 되기 전에 차라리 머리를 삭발하고 가발을 맞추기로 했다.


그때 혼자 참 많이 울었다. 저녁에 산책하면서, 혼자 차 운전할 때, 회사에서 혼밥 할 때 눈물이 났다. 그때 만큼 암 환자가 됐다는 걸 실감한 건 처음이었다.


가족들과 가발로 유명한 홍대 근처로 갔다. 슬픈 일도 가족과 함께하면 덜 슬프거나 즐거울 수도 있다. 즐겁게 삭발하고 즐겁게 가발을 맞추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삭발을 할 때 울지 않으려 했는데 그냥 눈물이 흘러 주체가 어려웠다. 가족들 몰래 눈물을 닦아냈다.


"가발 티 전혀 안 난다, 잘 어울려"


이구동성으로 얘기들 했지만 내 눈에는 영 어색했다.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아무도 얘기가 없었다.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모두 속으로 울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많이 참담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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