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 메이드 팝 음반
처음 귀를 사로잡는 것은 헤이즈의 보컬이다. 성량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깨질 듯 여린 음색이 듣는 맛을 돋운다. 마지막 트랙 ’ 돌아오지 마 (Acoustic Ver.)’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원곡보다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어쿠스틱 버전은 전자음이 만들어 내는 비트 없이 피아노와 클래식 기타에만 의지해 진행된다. 헤이즈의 래핑이 끝난 직후 용준형의 래핑이 치고 올라왔던 원곡과는 달리 기타 솔로가 그 자리를 메꿨다. 하나라도 더 채워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덜어진 덕분에 보컬과 래핑도 한층 여유 있어졌다.
음반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R&B계의 총아(寵兒) 딘(DEAN)이 피처링한 ’And July’와 ’Shut Up & Groove’다. 반복적이지만 그루브 넘치는 리듬 라인 위를 두 명의 보컬리스트가 자유롭게 노닐고(‘And July’), 부족한 2%가 보일 때면 다채로운 코러스가 빈 공간을 채운다. 전자음의 영향력이 보다 강하게 드러나는 ’Shut Up & Groove’ 또한 베스트 트랙이라 할 만하다. 매끄럽게 공수(攻守)를 주고받는 헤이즈와 딘의 보컬, 빠질 때 빠져주는 완급조절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And July>가 헤이즈의 이름으로 발표된 음반이란 것을 생각하면 유감스러운 부분 또한 존재한다. 특히 래퍼라는 타이틀이 그의 정체성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헤이즈가 홀로 마이크를 잡은 ’Underwater’, ’No Way’, ’돌아오지 마’ 등을 리드하는 것은 다름 아닌 선율이다. 랩은 시간 비중만 높아졌을 뿐 구색 갖추기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스킬 면에서도, 가사의 측면에서도 아이돌 그룹의 그것과 별반 수준 차이가 없다.
전체적으로 웰 메이드 팝 음반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 ’팝’ 음반이다. ‘래퍼 헤이즈’가 아닌 ‘보컬 헤이즈’ 만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좋은 곡, 좋은 파트너를 만나 음반 자체로서는 상당한 수준을 달성했지만, 글쎄. 헤이즈의 지향점이 ‘좋은 래퍼’인지, 그저 ’ 좋은 음악가’인지에 따라 평가가 갈릴 작품이다.
아티스트: 헤이즈(Heize)
음반: And July
발매일: 2016.07.18.
길이: 00:18:03
수록곡
1.And July (Feat. DEAN & DJ Friz)
2.Underwater
3.No Way
4.Shut Up & Groove (Feat. DEAN)
5.Skit: Rainy Day
6. 돌아오지 마 (Acoustic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