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침과 변화 그리고 그 효과
퓨전. 전혀 다른 A와 B의 만남으로 새로운 C를 만들어 내는 것. 우리에게 익숙한 퓨전은 퓨전 음식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2000년대 초 한국 사회에 등장한 퓨전 음식 열풍은 어느덧 하나의 방정식으로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 되었다. "퓨전이라는 구성 방식은 왜 꾸준히 인기를 끌까?"라는 물음을 나 스스로에게 던지자면 나는 "'새로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답할 것이다. 퓨전의 결과물은 기존에 없는 새로움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 결과물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그 과정에 열광한다. Electro Swing(일렉트로 스윙) 또한 그렇다.
일렉트로 스윙은 퓨전 방정식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일렉트로 스윙은 스윙, 재즈 장르 샘플을 바탕으로 하우스, EDM, 힙합 등에 쓰이는 일렉트로닉 샘플을 섞어내어, 일렉트로 스윙은 스윙 재즈 특유의 레트로한 감성과 함께 일렉트로니카 장르의 반복의 리듬과 변화무쌍한 전개 방식을 띈다. 이는 기존 스윙 재즈와 일렉트로니카 장르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하우스 음악처럼 쿵쾅거리지 않지만 그렇다고 스윙 재즈처럼 인내심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주는 스윙 재즈 특유의 자유로움을 잃지 않은 채 일렉트로니카 장르 스타일로 변화하는데, 이는 전체적인 음 자체의 높낮이의 변화, 특정 구간 자체의 반복 그리고 스크래치와 같은 일렉 장르 특유의 변화를 통해 드러난다. 이처럼 일렉트로 스윙은 기존 두 장르와 다르다. 그렇기에 더욱 기존 스윙 재즈나 일렉트로니카 장르 마니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는 새롭고 다른 것을 만남으로써 기존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처음 일렉트로 스윙 장르를 알게 된 때 기존 일렉트로니카 장르에 지겨움을 느끼고 있었다. 트랜스, 트랩, 하드, 하우스, 앰비언트, 테크노 등등의 메이저 아티스트들은 정형화되었다고 느껴졌으며 언더 아티스트들은 내게 난해했다. 이 와중에 대학에서 만난 한 독일 친구가 말해준 것이 일렉트로 스윙이었다. 일렉트로 스윙과의 만남은 필자에게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듣도 보도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일렉트로니카 장르 내에서도 레트로한 재즈 풍의 감성을 섞는 시도는 번번했다. 하지만 일렉트로 스윙 장르처럼 아예 흠뻑 재즈 감성에 담근 것은 접하지 못했다.
내가 알던 장르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은 즐겁다. 특히 이러한 변화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서로 간의 장점을 적절히 퓨전한 것이기에 더 흥미롭다.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던 A와 B가 만나 C가 되는 것.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인간관계를 화학작용에 비유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두 화학 물질의 만남처럼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이러한 변화는 되돌릴 수 없다. 음악 장르 간의 퓨전 방정식에도 이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다행히 이러한 변화는 정체되어 있는 것보다는 낫기에, 그 규모가 크던 작던 긍정적이다. 앞으로 음악계에 보다 많은 변화가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