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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Jan 14. 2017

죽은 이를 위해 춤을

Pryda - Lillo

 사람이 죽는 것은 큰 일이며 특이한 일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로 구성된 지구촌임에도 장례 방식은 대게 엇비슷하다. 보통 장례가 시작되면 떠나간 이를 기억하기 위해 생전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를 갖추고 남은 가족들을 위로한다. 이는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격식 있는 분위기로 진행되기에, 밝은 계통의 옷뿐 아니라 시끄러운 음악과 춤, 그리고 웃음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런데 이러한 장례 공식이 철저히 배제된 곳이 있다. 이 곳에서 사람들은 장례를 위해 DJ의 공연 아래 격식 없는 옷을 입고 자유롭게 춤을 춘다. 심지어 나중에는 떠나간 이의 이름을 딴 곡도 나왔다. 파티의 이름은 'In Memory Of James Lillo'. 죽은 이를 위해 춤을 춘다니? James Lillo가 누구길래?


 James Lillo는 암투병 환자이다. 오랜 투병 활동에 시달리던 그는 평소 꿈꿔왔던 소망을 이룰 기회를 얻는다. 유명 DJ인 Eric Prydz의 공연을 관람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은 운 좋게도 Eric Prydz에게 전달되었고, 그를 위한 특별공연이 마련된다. 이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자 James Lillo에게는 수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기도가 SNS에 쏟아졌고, 몇몇 사람들은 James Lillo의 투병을 위해 기부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James Lillo가 암을 극복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SNS 상에서 큰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James Lillo의 소망은 이뤄지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그가 공연 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4기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James Lillo.


 그럼에도 특별공연은 일정대로 진행되었다. 다만 테마가 바뀌었다. 암투병 중인 James Lillo를 응원하기에서 그를 기억하기 위해서로. 이후 그를 기리기 위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특별공연은 예정된 2회 분이 2분 만에 매진되었으며 6만 달러를 넘은 수익금은 James Lillo 같은 암 환자들을 위한 암 연구센터에 기부되었다. 그리고 다가온 공연 당일. LA의 Sound Night Club 앞에 James Lillo를 기리는 사람들이 모였다.

Sound Night Club에서의 Eric Prydz (사진 출처- Djbios.com)


 사람들이 들어오고  조명과 미러볼이 빛을 뿜으며 돌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시작한 선곡은 조금씩 빠르기를 늘리며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하나 둘 리듬을 타던 관객들은 어느새 머리 위로 손을 들고 환호한다. 떠난 이를 추모하기 위한 파티가 시작된 것이다. 이 곳에서는 복장의 제약이 없다. 그리고 누구도 침울한 표정으로 딱딱하게 서있지도 않는다. James Lillo를 추모하는 마음만 있다면 방식은 무관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죽은 이를 위한 춤을 추었다.

관객이 찍은 James Lillo를 위한 공연 영상.


 특별 공연 후 주최자인 DJ Eric Prydz는 또 다른 이름인 Pryda로 신곡을 발표한다. 신곡의 이름은 Lillo. 떠나간 James Lillo의 이름을 딴 곡이다. 추모 곡으로서 Lillo는 그 의도를 잘 살리고 있다. 곡 전반에 활용된 잔잔하며 차분한 신시사이저와 드럼 비트는 차분함과 동시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디지털 싱글 방식으로 발매 된 곡의 커버 또한 James Lillo의 사진이다. Eric Prydz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Pryda - Lillo.


 혹자는 "추모 의도는 좋지만 파티라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James Lillo를 기리는 방식은 분명 우리에게 친숙한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를 위한 특별 공연은 분명한 의의를 지닌다. 떠나간 이를 추모하기 위해 전혀 몰랐던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는 죽은 이를 위해 함께 춤을 추는 것의 의미이고, 기존 추모와는 다른 새로운 변화일 것이다. Eric Prydz 또한 이러한 변화를 느낀 것 같다. 특별 공연 후 그가 남긴 트윗이다.  

               
"I think we have all made a difference.(나는 우리 모두가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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