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청두(成都) 하면, 흥미진진한 삼국지, 촉의 유비, 매운 사천요리, 귀여운 판다가 연상된다. 나에게 있어서 청두는 │딴딴면(担担面)│이다. 한중수교가 1992년 이루어졌고, 업무 차 1995년 처음 방문한 쓰촨성은 지금의 현대화된 지금의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전에도 북경, 천진, 상해시는 방문한 적이 있지만 청두는 처음이다.
청두시 공안국 교통관리국이 실시하는 촉도 대로와 인민로를 축으로 반경 약 3km의 순환도로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 구축 사업차 방문하였다. 청두 도착 다음 날 우선 중국 파트너사인 사천현대공제공사를 방문하였다. 사회주의 경제관념과 체재가 익숙한 파트너사는 급할 게 하나 없는 단조로운 모습이다. 달그락거리는 출입문을 밀치고 들어선 회의실은 나무 탁자와 회의용 의자가 열 개쯤 있었다. 탁자 위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찻그릇과 빨간 꽃무늬가 있는 커다란 보온병이 있다.
쓰촨성 청두(成都) 현대식 식당
멀리 서 친구가 왔다고 실제나이 50대보다 훨씬 더 나이가 있어 보이는 총경리를 비롯 대여섯 명의 파트너 인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허름한 인민복에 며칠은 머리를 감지 않은 탓에 거친 헤어스타일, 조금은 파트너사로써 사업을 같이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이었다. 우선권 하는 게 차라 허름한 찻잔에 한 꼬집 차를 집어넣고 보온병에서 뜨거운 물을 넣어 우려낸다.
L상사현지 직원의 통역으로 열심히 사업의 성공을 지루하게 논의하지만 별 진전이 없다. 얼 충 2시간이 지나자 파트너사의 장 선생이 점심을 권한다. 논의 사항이 많고 시간을 절약하자고, 구내식당이 어떻겠냐고 넌지시 의중을 묻는다. 단 저녁은 사천요리로 풍성할 거라는 언질도 잊지 않는다. 한시라도 빨리 회의를 마치고 숙소로 가고 싶은 조바심이 망설임도 없이 따라나서었다.
우선 구내식당의 규칙 은 줄을 서야 한다.
그리고 개인 수저와 젓가락을 준비하는 것이다. 파트너사 장 선생이 어디선가 구해준 수저와 젓가락을 들고 4~50명 정도 되는 대기 행렬에 동참했다. 큰 사발에 중면 보다 좀 두꺼워 보이는 면에 고추기름으로 볶은 다진 돼지고기를 얹어 먹는 메뉴이다. 누런 색으로 변한 조리복을 갖추어 입은 요리사는 외국 손님이라고 돼지고기볶음을 더 얹는다. 쌀밥이 주식인 나에게는 면 요리는 짜장면과 짬뽕 말고는 이렇다 할 흥취가 없었다.
딴딴면_photo by pixabay
젓가락으로 휘 휘젓고 큰 입에 꽉 차도록 면을 빨아드렸다. 면을 감싸고 있는 매콤하고 감칠맛이 나를 무장해제 시켰다. 고소하게 복은 돼지고기를 한 알도 남김없이 가볍게 한 그릇을 비우고 리필을 부탁했다. 매콤하고 진한 맛에서 탈출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장 선생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 음식 이름이 무엇입니까? 딴딴면(担担面)입니다. 옆에 있던 L 상사의 리 선생이 딴딴면은 서민들이 어깨에 짐을 메고 서서 먹는 서민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주) 인문학정보 wiki등은 딴딴면의 기원은 어깨에 음식을 메고 다니면서 팔았다는 설명임.
15년이 지난 2011년 가을 다시 쓰촨성 청두를 찾았다.
방글라데시 철도사업 관련 중국 철도 설계 2원과 계약 협상을 위해 방문한 길이다. 중국은 나라 크기만큼이나 철도 관련 기업이 많다. 물론 정부 투자기업인만큼 국가 회사다. 중국철로국(CREC)과 중국철도건설공사(CRCC) 양대 기업집단이 있으며 CREC에만 35개 이상의 자회사가 있다 CRCC 또한 그만큼의 독립된 철도건설 관련 자회사가 있다. 청두에 소재한 중국철도설계 2원은 CREC산하의 자회사이다. 밀고 당기는 계약 협상을 마치고 편한 마음으로 회사 내 위치한 귀빈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 이번에 꼭 딴딴면을 맛보고 말리라는 기대감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휴~ 아쉽게도 귀빈식당 메뉴에는 딴딴면은 없다.
2011년 계약식 참석 CREC사 대표단
청두 최고의 딴딴면 식당을 추천받아 L 상사 리 선생을 앞세워 알 수도 없는 식당을 찾아 나섰다. │말짱 도루묵│ 아마 이때 쓸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중국도 급격한 경제 발전을 이루고 이제 그 고루한 서민 음식도 잊힌 건 아닐까? 혹시 몰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딴딴면을 잘한다는 분위기 비슷한 식당을 찾았다. 이 집은 땅콩기름에 땅콩과 고춧가루, 마늘을 볶고 국수에 얹은 다음 볶은 돼지고기를 얹어 먹는 딴딴면이었다. 50대 여주인장 말로는 딴딴면도 중국 지방마다 다르고 자기네는 타이완 전통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신빙성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개인 수저와 젓가락을 챙겨야 하는 생소한 식사 문화와, 면 요리에 대한 편견을 갖고 맛보았던 신비로운 쓰촨성 청두의 딴딴면은 어디에 있을까. 돌이켜 보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딴딴면은 현대화된 중국의 모습이 아닌, 선하게 웃어주던 사천현대공제공사 총경리의 소탈함, 면 한 사발로 멀리서 온 친구를 접대해야 하는 장 선생의 미안함이 묻어 있는 정(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