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 못 하나

VOL.1 / 2023. 2월호. 시화로 전하는 시_1

by 숨 빗소리

시화로 전하는 한 편의 시


(전략)


못이 가득 쌓인 상자 안에서

휘어진 못을 골라내면서


생각한다

빗나간 망치가 내려친 곳을


두 귀를 세우고 뛰어가던 토끼가

멈춰 서 뒤를 돌아보았을 때처럼


앞니가 툭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다


붉어진 두 눈엔 이유가 없고

나의 혼자는 자꾸 사람들과 있었다



- 안미옥 시인, <지정석> 중에서



버려두지도 못하고 못 상자에 다시 담아두었던 휘어진 못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런 못들의 지나간 나날이 우리 가슴속엔 너무도 많아서 문득 다시 꺼내보며 바라보게 되는, 빗나간 망치가 내려친 곳들. 휘어진 못들을 골라낸다면 우리는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무언가를 버려야 할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것을 한참 바라보게 됩니다. 차마 채 가닿지 못하고 튕기고 휘어져버린 내 지난날의 순간들. 위로해 주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왜 그럴수록 나의 혼자는 점점 더 붉게 젖은 눈동자를 갖게 되는 것인지. 다시 찾아올 봄을 기다리며 안미옥 시인의 시 한 편을 함께 나눕니다.




<숨 빗소리_ 2월_시화로 전하는 한 편의 시>

('시화로 전하는 한 편의 시'는 수시로 업데이트됩니다. 공동 필진 4인의 신작원고는 예고대로 진행됩니다.)


숨 빗소리 - 발행인 겸 편집장. 스쳐가는 장소에서 건져올린 시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세상과 사랑에 대한 생각과 느낌들을 시와 산문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용 시 - 안미옥 <지정석>

안미옥 시인 - 2012년 동아일보 등단. 김준성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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