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향한 여정

VOL.2 / 2023. 3월호. 인겐의 여행 산문_1

by 숨 빗소리

산티아고를 향한 여정

- 인겐


<산티아고를 향한 여정>은 호주에 정착한 한국 청년이 자신의 오랜 목표인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 위한 다양한 준비과정, 실제 순례길 여행기를 매월 짧은 이야기 속에 담아 연재합니다.



2023년 3월 8일 - 산티아고를 품 안에


안녕하세요, 필자 인생 개척 엔지니어(이하 인겐)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루고 싶었던 꿈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순례자의 길'을 걸어보자는 것이지요. '순례자의 길'은 장장 800km에 달하는 길을 하루 25km~40km씩 대략 30일 좀 넘게 프랑스의 남서 외곽(생장)에서부터 걸어 걸어 스페인 북서지역 도시 산티아고로 향하는 여정을 뜻합니다. 제가 웹진 <숨 빗소리>에 담고 싶은 이야기는 2024년 1, 2월 혹은 3, 4월에 걷게 될 산티아고 순례길을 향한 준비 과정 및 여정이자 그 후기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사실 여행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 전달보다는 한 사람의 꿈의 여정을 담은 일기에 가까울 것입니다.


대략 20대 중반까지는 정말 목표가 없는 삶을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왜 목표를 가져야 하는지, 왜 열정이나 동기를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는지 의문조차 들지 않던, 혹은 가질 수 없었던 시절을 오랫동안 살아왔었습니다. 그 당시는 ‘인내’라는 말이 아까운 ‘마지못해’ 혹은 ‘겨우’ 같은 부정적 수식어들이 잔뜩 들어간 삶이었습니다. 마치 어떤 ‘견딤’, ‘도피’, ‘회피’ 등을 아슬아슬하게 이어나가는 줄타기 같았죠.

그러다가 친구를 따라 2016년도에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습니다. 그때부터 인생의 큰 그림을 구상하고 스케치하면서 세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자그마한 목표부터 차근차근 하나하나 달성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에 매료되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향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아마 그 길을 걷고 난 뒤에 얻게 될 성취감 때문일 것입니다.


과거 어느 토론에서 누군가 문득 제게 어느 장소로 여행을 가고 싶은지 물었을 때, 저는 왠지 모르게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자의 길 여정을 여행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에는 이유도 모른 채 막연히 그냥 가슴속에서 하고 싶다고 외쳤을 뿐이지만, 지금 회상해 보면 힘든 길을 걷고, 견디며 수행하고, 자신과 신에게, 그리고 둘러싼 모든 것들의 존재와 그 소중함에 감사함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그 감사함에 울면서 감격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그래왔듯이.


저는 호주에서 엔지니어로 살고 있습니다. 모든 이민자들의 삶이 그러하듯이 어떤 ‘지독한’ 여정들, 그리고 그것들을 견디게 해 준 감사한 모든 것들을 늘 가슴속에 역사로 새기면서 살아왔고, 살아갈 것입니다. 이번에 고국으로 휴가를 갔을 때, 그때 제 가족들과의 대화 중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가장 아쉬운 것과 앞으로 아쉬울 것들을 생각해 보면, 앞만 보면서 몇 년 간을 고생하고, 고비고비를 넘으며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순간을 함께하는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라고….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대화는 아마도 다음과 비슷할 겁니다.


“야 그때 우리 진짜 고생 많았다, 그때 어쩔 뻔했어. 하마터면 우리 그대로 둘 다 주저앉을 뻔했잖아.”

“어마어마했지.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네가 아니었다면 정말 난 여기까지 못 왔을 거야. 그동안, 그 먼 여정, 함께해 줘서 고맙다”


어쩌면 인정받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를 인정하고 인정받는 삶이라는 게 정말 점점 힘들어지는 사회니까 더 그럴지도요. 하지만, 우리는 이런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나중에 제가 다시 이 글을 읽고 돌아보면서 저에게 수고 많았고 고생 많았다고 저를 위해 울어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 끝)




<숨 빗소리_ 3월 신작원고_인겐의 여행 산문> _ 여행 산문은 4-5주 주기로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인겐 - 남반구 하늘 아래 인생 개척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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