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걸어 들어갔었는데 / 나올 땐 왠지 혼자인 것 같지 않은' 위안을 저도 받은 적 있습니다. 세상에 나만 외롭고 고독한 건 아니었다는 위안을요. 밤의 창문 너머 아직도 불을 끄지 않은 또 다른 창 하나를 멀리서 발견할 때, 새벽 거리를 걸어가고 있는 행인을 스쳐갈 때, 그리고 잠들지 못하는 밤바람 속 흔들리고 있는 가로수 우듬지의 이파리들이 마음으로 들어올 때...
나만 혼자 흔들리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는 위로. 왜 그럴 때 우리는 위로를 받는 것인지요. 깊은 밤, 캄캄한 새벽까지 읽던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도 마찬가지. 다가오는 긴 여운 속 나는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빌려온 문장들을 하나하나 내 것으로 받아들일수록, 서가에 꽂힌 책들처럼 왠지 더 세상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빌려 입고 있는 이 육체는 조금씩 귀퉁이가 닳고 낡아가는 페이지들. 성실히 쓰고 깨끗이 반납한 뒤, 언젠가 조용히 돌아설 수 있기를. 인생의 여운을 느끼며 저물어가는 삶의 책장 마지막을 덮고 천천히 걸어 나올 수 있기를.
혼자 걸어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혼자가 아닌 마음으로... 그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숨 빗소리_ 6월_시화로 전하는 한 편의 시>
('시화로 전하는 한 편의 시'는 수시로 업데이트됩니다. )
숨 빗소리 - 발행인 겸 편집장. 스쳐가는 장소에서 건져 올린 시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세상과 사랑에 대한 생각과 느낌들을 시와 산문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용 시집 - 송경동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창비, 2022
송경동 시인 - 2001년 <실천문학> 등단. 신동엽창작상, 천상병 시문학상 등 수상.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