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언론사에 근무하며 부당한 내부의 관행과 불법, 언론의 정관재계 유착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언론노조를 설립한 기자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취지에 공감하며 함께한 노조원들이 제법 있었지요. 그러나 노조의 존재를 눈엣가시로 생각한 사측의 압력으로 인해 갈수록 노조원들은 줄어들고, 제 벗인 기자가 노조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그 숫자가 열 명이었다가 다섯 명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사장의 불법을 고발하고 처벌을 촉구하는 삭발식, 1인 시위, 투쟁기 발간 등으로 사측의 탄압과 징계에 맞서던 그가 소수의 벗과 함께 진정한 독립언론을 새롭게 만든다고 깃대를 세워 들었습니다. 무엇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오직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의 후원만으로 운영되는 시민의 언론, 균형있고 날카로운 언론의 정신이 그대로 살아있는 공정한 언론을 창간했습니다. 저널리즘의 참된 방향은 무엇일까를 함께 고민하게 만든 그들의 새로운 도약을 응원합니다. 저도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아서 부족하지만 이 지면을 빌어 그들을 잠시 홍보해 볼까 합니다.
제 부족한 문장보다는 그들의 설립취지문을 그대로 소개하는 게 나은 듯하여 아래에 옮깁니다. 그들이 앞으로도 계속, 높은 권력의 말이 아닌 낮은 이들의 말속에 담긴 아픔과 정의에 귀 기울여주는 참된 언론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뉴스하다_ 인천경기탐사저널리즘센터 설립 취지문>
지역언론에서 10년 넘게 취재기자로 활동하면서, 탐사보도를 경험한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대단히 높은 원천성을 가졌을 때, 정치인이나 관료 등 권력형 비리를 가장 먼저 취재했을 때, 몇 차례 탐사보도를 진행했습니다.
이마저도 데스크나 편집국장, 나아가 대표이사 중 한 사람이라도 마음이 맞지 않을 경우 사장되기 일쑤였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권력형 비리들을 세상에 알리자, 정직이라는 징계로 사측은 대응했습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오랫동안 노동조합을 운영하며 지역언론 기능 정상화, 사내 민주화 등을 위해 싸웠습니다.
그러나 돈을 가진 데다, 권력화한 지역언론이 바뀌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조금씩 바뀌긴 했으나 새로운 사람이 오면 다시 되돌아가기 바빴습니다. 이런 형태의 일간지 보도 한계는 탐사보도에 대한 갈망을 키웠습니다. 탐사보도가 지역언론 기능 정상화와 지속 가능한 언론매체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노동조합신문을 운영하면서 깨달았습니다.
노조신문에서 벌인 탐사보도로 인해 지역 정치인이 공천에서 낙마하는 일도 있었고 보수가 득세하는 서울 한 자치단체장 선거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정통 탐사저널리즘과 비영리 독립언론 운영 방식을 배우기 위해 뉴스타파 저널리즘스쿨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뉴스타파 저널리즘스쿨을 다니면서 느낀 탐사보도에 대한 갈망은 열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그 열정이 독립언론 창간이라는 열매를 맺습니다. 탐사보도를 근간으로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설립은 척박한 지역언론의 새로운 희망입니다. 매일 신문을 일률적으로 찍어내기 위해 보도자료를 쫓아다니고 정관재계의 입을 주목하는 저널리즘은 과감히 버리겠습니다.
권력과 자본 감시는 탐사보도의 뿌리로 생각하고 지역 정치인, 관료, 기업가, 토호 세력 등을 항상 지켜보겠습니다. 특히 언론인까지도 감시의 대상으로 삼아 언론인과 정관재계 유착을 뿌리 뽑겠습니다.
우리는 공모를 통해 비영리 독립언론 매체명으로 '뉴스하다'를 선정했습니다. 움직임을 나타내는 '하다'는 명사에 붙어 또 다른 동사를 만들어내는 접미사 '-하다'가 되기도 합니다.
'뉴스하다'는 제자리에 멈춘, 고여있는 사물의 이름이 된 듯한 '뉴스'라는 말에 '-하다'가 붙어 새로운 변화와 움직임을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이제 인천경기지역 최초 탐사보도 전문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하다'를 주목할 때입니다.
(후략)
인천경기지역 최초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하다>
스물여덟 어느 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 하지 않겠냐고 찾아왔다
얘기 말엽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 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요?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유리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 하지 않았다
십수 년이 지나 요 근래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내게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으며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에 기대 있고
걷어 채인 좌판,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들에게 지도받고 있다고.
- 송경동 시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전문
<숨 빗소리_ 7월_시화로 전하는 한 편의 시>
('시화로 전하는 한 편의 시'는 수시로 업데이트됩니다. )
숨 빗소리 - 발행인 겸 편집장. 스쳐가는 장소에서 건져 올린 시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세상과 사랑에 대한 생각과 느낌들을 시와 산문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용 시집 - 송경동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창비, 2009
송경동 시인 - 2001년 <실천문학> 등단. 신동엽창작상, 천상병 시문학상 등 수상.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