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려는 네 명의 사람들이 모여 시작된 웹진 <숨 빗소리>가 어느덧 9호째를 맞이했네요.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지 않더라도, 그것과 상관없이 네 명의 작가들은 서로의 동력이 되어 꾸준히 자신만의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마감을 한 번도 미루지 않고 원고를 보내준 작가분들에게 편집자로서 감사를 드리고 싶네요. 편집자이면서 작가로도 참여하고 있는 저조차도 가끔은 원고가 잘 써지지 않고 글쓰기에 회의가 들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얻은 개성 있는 글을 어김없이 보내주는 다른 작가분들에게 힘을 얻고 위로를 받습니다.
저는 올해 여름을 지나며 생애전환기(?) 나이에 해당하는 만 40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몸과 마음에서 여러 가지 빈자리가 느껴집니다. 더 세월의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 웃으시겠지만, 모두가 자기를 중심으로 기준을 삼게 되는 법이잖아요. 조금은 더 가늘어진 머리숱이나 청년 때에 비해 탄력이 사라진 몸은 둘째 치고라도, 마음이 연약해지거나 무기력해지고 눈물도 더 많아지는 거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여전히 건강한 에너지로 삶을 열심히 사시는 분들을 바라보고, 훌륭한 분들의 책들을 읽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인문학보다 과학책들을 조금 더 읽고 있는데요. 과학은 다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목소리로 삶에 의미 따위는 없으니 너무 고민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네요. 그러니 허무해질 필요도 괴로워할 필요도 없다고. 누구나 태어나 살다가 또 그러다가 병이 들고 죽는다고. 다만 우주는 우리와 무관하게 팽창하며 흘러가고, 유전자는 자신이 더 오래 살아남는 방식으로 선택하고 선택되고,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가 만난 물 분자가 모여 무거워진 구름이 뿌리는 것이 빗방울일 뿐이라고.
그 안에서 의미는 존재하지 않으니, 하여 의미는 찾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내 안의 인문학은 말합니다. 시가 말합니다. 소설과 산문들이 말합니다. 아무런 의미 없이 흘러가는 이 무한한 우주 공간에서 창백한 푸른 별 속 다양한 작가들의 슬프고 쓸쓸한 그러나 아름다운 글들이 이런 무력한 삶에 벅찬 영감과 동기를 가져다줍니다.
이번 호도 어김없이 호주에 살고 있는 인겐 작가의 여행 산문으로 첫 주를 엽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 위해 그는 몸과 마음의 체력을 키우는 중입니다. 스페인어를 배우고 산악 달리기를 하고 때론 수천 미터 상공에서 다이빙을 하고 암벽을 오릅니다. 산티아고를 목표로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단순히 물리적인 길만을 의미하는 게 아닌, 인겐 작가가 지향하는 도전의 삶에 상징과도 같을 것입니다. 이번호에서는 클라이밍 여행길의 마지막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편집자이면서 시를 쓰는 저의 '쉽게 씌어진 시' 코너는 이미 브런치북으로 만들었던 <짧은 소설 같은 긴 시>에서 서문에 담긴 '그토록 작은 서점에서'가 업데이트될 것입니다. 짧은 소설 속 '이름 없는 죽음'에 관한 시로 찾아뵙겠습니다.
신생 독립 언론 <뉴스하다>를 창간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창호 기자 겸 작가에게는 늘 미안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연작소설 '떠난이들'의 후속 편 '되돌아온이들'을 어김없이 날짜에 맞추어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도 떠난이들의 희망과 새로운 변화가 담긴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아마도 이 연작소설은 시월 중 작가 개인 브런치스토리에서 한 권의 브런치북으로 완성될 것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눈꽃 작가의 에세이는 언제나 기다려집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만의 통찰과 인식을 때론 날카롭게, 때론 유머러스한 문체로 풀어나가는 '눈꽃 에세이'를 좋아하는 분들이 저 말고도 많이 계시리라 짐작합니다. 이번 호에서 작가는 또 어떤 글들을 펼쳐나갈지 저 또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쓰지 않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글쓰기 위해 이 <숨 빗소리>를 시작했습니다. 제게 쓰는 것은 삶과도 같습니다. 혼자서만 사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 함께 고통과 슬픔을 나누고, 함께 기쁨과 행복을 나누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살아가고 그 삶을 한 편의 글에 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가 멈추지 않는 한 <숨 빗소리>는 계속 이어지겠지요. 우리의 벅찬 숨과 잔잔한 빗소리를 닮은 문장들을 포기하지 않는 한.
VOI.9 / 2023 웹진 <숨 빗소리> 10월호 발행 안내
<산티아고를 향한 여정> 인겐의 여행 산문_8 (10월 1주 발표)
인겐 - 남반구 하늘 아래 인생 개척 엔지니어.
허민의 쉽게 씌어진 시_9 (10월 2주 발표)
허민- 시 쓰는 사람. 시집 <누군가를 위한 문장> 저자.
<되돌아온이들> 이창호 연작소설_2 (10월 3주 발표)
이창호- 현직 기자. 책 <그래도 가보겠습니다> 저자.
눈꽃의 에세이_9 (10월 4주 발표)
눈꽃 -격(格)을 알아야 파격(破格)을 꿈꿀 수 있다고 믿는 인간애정주의자.
시화로 전하는 한 편의 시_18 (10월 중 수시 발표)
숨 빗소리 - 발행인 겸 편집장. 스쳐가는 장소에서 건져 올린 시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세상과 사랑에 대한 생각과 느낌들을 시와 산문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매일 조금씩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했지. 검은 물갈퀴는 어둠을 가르고 어제보다 더 멀리 내려갔지. 우리가 죽음의 아가리라고 부르는 그곳까지. 싸이렌들이 빛 속에서 나풀거리는 곳, 몇 번이나 넘고 싶었던 그 문턱에서 가까스로 돌아와 휘파람을 불어. 휘이- 휘이- 휘이- 휘이- 내 속에 살고 있는 물새 한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