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완연한 가을이네요. 어제저녁 퇴근길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뱅크의 <가을의 전설>이란 곡을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엔 이승환의 <가을 흔적>을 들으면서 부러 버스를 타고 풍경을 감상하며 출근했네요. 8090 시대의 가을 노래에 취하는 것을 보니 여기서 세대가 드러나네요.
지난 시집 속에서 십 년 전 가을에 썼던 시를 들추어 보았습니다. 이때의 나는 이런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네요.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고 있었군요. 생각해 보니, 그때의 나는 혼자만의 중심이 너무 강해서 내 것을 하나도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런 면들이 없지 않지만 그때는 더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새로운 누군가를 내 안에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는 '시를 쓴다는 것'은 나를 비우는 것이라고 했다죠. 나를 비울 때 비로소 새로운 무언가로 채우고 창조할 수 있다고. 시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사랑도, 인생도 모두 그러하다는 것을 배우는 시월의 가을입니다. 하여 시월의 나무들은 우리 곁을 떠나기 위해 자신을 떨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간들을 또 마음 깊숙이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을 비우고 있나 봅니다.
텅 빈 가을 허공에는 그 무엇도 들어올 수 있나 봐요. 지나간 추억들이, 지나간 사람들이, 지나간 내 모습들이 버스 차창으로 스쳐갑니다. 그 스쳐간 자리에는 또 어떤 새로운 것들이 다가올까요.
<숨 빗소리_ 10월_시화로 전하는 한 편의 시>
('시화로 전하는 한 편의 시'는 수시로 업데이트됩니다. )
숨 빗소리 - 발행인 겸 편집장. 스쳐가는 장소에서 건져 올린 시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세상과 사랑에 대한 생각과 느낌들을 시와 산문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용 시 출처 - 시집 <누군가를 위한 문장>(2022), 웹진 <시인광장> 2015년 4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