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회의 문화
외국계 회사의 회의 문화는 어떤가?
국내에 있는 외국계 회사의 회의 문화는 그 회사가 얼마나 글로벌화했느냐? 회의에 실제 외국어를 쓰는 원어민이 참석하는가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외국계 회사라도 직원이 다 한국 사람이고 한국어로 회의하면 그냥 국내 회사랑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프랑스 회사의 유일한 한국 직원으로 본사를 드나들면서 직접 프랑스 현지에서 회의를 여러 번 하였다. 내가 느낀 프랑스 회사의 문제점은 너무 말이 많고 시간을 많이 쓰면서도 결론은 잘 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다시 다음 회의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이탈리아 회사 다니는 친구도 공감하였다. 프랑스 이탈리아는 비슷한 것 같고 독일은 좀 다르다.
한 번은 상사와 함께 회의를 참석하였는데 회의가 끝난 후 상사가 당신이 얘기를 안 해 내가 말을 많이 하였다. 왜 회의 시간에 말을 안 하느냐? 물어봐 한국에서는 상사하고 같이 회의에 들어갈 때는 상사가 주로 얘기하고 부하 직원은 상사가 물어보거나 시킬 때만 얘기하는 문화다라고 대답했더니 그러면 내가 당신 하고 같이 회의에 들어갈 이유가 뭐가 있느냐? 다음부터는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석하라고 해서 그러면 혹시 그러다 당신하고 의견이 다르면 어떡하느냐고 되물었더니 그럼 내가 다시 반박하면 되지 않겠냐고 해서 신선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후로 나는 회의 시간에 나의 의견을 여러 번 피력하였고 보통 회의는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최소 한 마디씩은 해야 회의가 끝났으며 회의 시간에 서로 얼굴을 붉힐 정도로 토론을 벌인 사람들도 회의 끝나고 갖는 저녁 시간에는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서로 웃으면서 술잔을 기울이곤 하였다. 한마디로 토론 문화가 잘 갖춰져 있고 오픈된 형태 난상토론식으로 의견을 좁혀가는 방식이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회의 문화의 장점은 사전에 리스크를 모두 검토하여 섣부른 결론을 최소화하는 것이지만 결론을 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계획보다 실행이 늦어지는 단점 또한 있다. 나도 프랑스회사에 다니면서 계획보다 늦어지는 것을 좀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프랑스 회사의 회의에 여러 번 참석하면서 영어가 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의견을 경청하고 나의 의견을 피력하자면 당연히 영어가 늘 수밖에 없고 더구나 바로 위의 상사가 외국인이고 그의 지시를 받고 매일 보고를 하게 되면 영어가 늘 수밖에 없다. 애인이 외국인이면 그 언어가 익숙해지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참고로 프랑스 회사지만 회사 내 공용어는 영어였고 프랑스 직원들도 자기들끼리는 프랑스어로 대화를 하다가도 한 명이라도 외국인이 있음 영어로 바꿔서 얘기하였다. 이는 거의 모든 글로벌 회사가 가지고 있는 문화이다.
내가 국내기업에 근무했던 90년대에는 회의 시간에 재떨이가 날아다녔다 이런 말도 있었고 심한 경우 회장님이 내려와서 조인트를 깠다.. 맞은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선배도 있었다. 실제로 회의 시간에 욕설이나 상소리를 듣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문화에 익숙하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과 더불어 회사가 커져 글로벌화되었을 경우 부작용도 발생한다. 내 첫 직장인 대기업 입사 동기중 한 명이 2010년 초 말레이시아 공장을 증설하여 25년 경력을 가지고 현지 책임자로 근무를 하였는데 현지인 매니저와의 회의 시간 중 심하게 현지인을 질책하고 상소리를 하여 투서를 통해 한국에서 조사관이 파견되었다. 본인은 여러 변명을 했겠지만 (개인감정은 없고 회사를 위해서.. 더 잘하기 위해서..) 결과적으로 다시 국내로 소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한국의 기업이 외국에서는 외국계 회사이다. 삼성 현대 LG SK 한화 등 수많은 한국계 기업들이 외국 현지에 증설이 되고 있고 이미 미주 유럽 여러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은 현지인을 채용하고 있고 일부의 한국 직원들이 근무한다. 초창기에는 현지인과의 갈등, 낮은 글로벌화, 시스템의 미숙함으로 여러 갈등과 문제점이 생겼겠지만 이제는 많은 부분 글로벌화가 정착되어 나하고 같이 외국계회사에 근무하다 삼성전자 임원으로 이직한 한 동료의 말로는 삼성전자 경우 외국의 탑티어급 회사와 비교해도 회사의 글로벌 시스템이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 들어온 글로벌 외국계 회사에는 모든 직원은 회사의 중요한 자산임으로 그 자산이 일에 제대로 몰두하지 못하게 인적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근무 의욕을 꺾이게 만드는 요소는 경계하였고 혹시 그런 일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관련 매니저를 징계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90년대 군대식 얼차려급 회의문화를 경험하다 2000년 외국계 회사로 이직 후 경험한 문화 충격이었다. 그 후로 나는 국내 기업에 근무한 경험이 없지만 지금 2025년에는 한국의 기업문화도 많이 변했을 것이고 많은 부분 글로벌화 되었다고 믿고 있다. 한국의 기업들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