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 어디까지 가봤니?

22. 나의 보스들

by 쟈니민

여러 외국계 회사를 거치면서 여러 종류의 상사를 경험했다. 그중에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이코 상사도 있었는데 불행히도 주로 한국인이었고 외국 상사는 그렇게 까다롭고 야비한 스타일은 없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사례 1. A는 탑티어급 화학 회사의 프로젝트 팀장이었으며 나를 전화 면접만으로 뽑은 사람이었다. 스타일은 약간 시니컬하며 불필요한 일을 안 만드는 나쁘게 말하면 부하 직원들에 별로 관심이 없는 타입이었다. 결재를 하러 가거나 건의를 하면 주로 하는 말이 “그렇게 하세요~”, “알아서 진행하세요~” 등 별다른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은 잘 돌아갔고 성과는 잘 나왔다. 사실 운도 좋았던 것이 회사의 명성이 높아 스펙이 좋은 사람들이 많이 지원하여 자기의 계획대로 다양한 경력의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여 필요한 포지션에 배치할 수 있었으며, 글로벌 회사라서 다국적 인재들이 많이 포진하여 필요한 리소스 매칭을 잘할 수 있었던 배경도 있었다. 이는 좋은 조직에서 역량이 뛰어난 팀원을 거느리면 보스는 묻어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얼핏 보면 게을러 보일 수도 있지만 뛰어난 영어 실력과 서울대 출신이라는 백그라운드가 있어 함부로 평가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그 후 수평 이동하여 공장장 직책으로 일을 했는데 그때는 무척 힘들어했다. 왜냐하면 공장에는 고졸 현장직부터 인수한 회사 직원등 관리할 인력의 배경과 폭이 넓어 그전 프로젝트 팀장으로 유능한 엔지니어들만 상대할 때와는 달리 소통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공장장 롤을 힘들어했고 여러 문제도 발생하여 다시 프로젝트 팀장으로 돌아와 몇 년 후 퇴직하였다.


사례 2. 옆집 할아버지 같은 B는 독일 회사의 CTO 출신으로 은퇴를 앞두고 인수한 한국 공장의 정상화를 위하여 마지막 직장 생활을 한국에서 보내기 위하여 온 독일인이었다. 인성도 좋고 취미가 특이하게도 클래식카 수집이라 잠깐씩 독일로 가서는 차를 리스토링 하다 다시 한국에 와서는 독일에서 차를 조립하고 온 것을 자랑을 많이 했던 분이었다. 지시는 추상적인 편이나 검토는 꼼꼼하게 하는 타입이었고 대충 보고 사인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한번 reject는 기본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스타일이 적응이 안 되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적응이 되었고 부하직원의 창의성을 끌어올려주는 타입이라 여겨졌다.


사례 3. 스페인 출신의 프랑스 회사 보스였던 C는 나하고 여러 가지로 잘 맞는 타입이었고 1차 대면 면접을 봤던 사람이다. 많은 부분 나를 잘 배려해 줬으며 사적으로도 잘 통한다 생각했는데 실제로 3년 근무동안 직접 만난 건 10번도 안된다. 여건이 안 맞아 직접적인 협업을 안 해보고 퇴사한 것이 아쉬운 사람이었다.


사례 4. 나의 마지막 보스, 말레이지아 화교 출신의 D는 나하고 나이차가 15살이었다. 나는 50대 초반이고 D는 30대 후반.. D는 같은 아시안이라 통하는 부분도 많았고 예의도 바르고 영어도 잘하고 나이스한 성품을 가졌다. D는 아시아 전체 프로젝트 총괄이었고 나는 한국공장 프로젝트가 취소되어 북중국과 일본 공장의 프로젝트들을 담당하였다. 나이차와 무관하게 같이 일을 할 마음의 자세는 되어 있었지만 아쉽게도 제대로 일도 하지 못한 채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퇴직 페케이지를 받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상사였지만 D의 연봉이 나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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