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관계를 읽는 시간>을 읽고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체력이다. 회사 끝나면 좀비처럼 지하철을 타고 침대에 쓰러져서 바로 잔다. 야근이나 저녁 운동 유무와 상관없이 항상 그렇다. 일 시작하고 지난 2년 동안 말이다.하루 10-12시간을 외부에서 보내기 때문일까. 정신적, 육체적 탈진이라는 자가검진 결과를 받았다.
3년 후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아이디에이션을 해봤다. 퇴근 후에도 체력 짱짱한 과장이요! 가능할까? 정규직으로 일한다고 해서 하고 싶은 것을 못하지는 않는다. 워크샵도 다니고, 소모임도 하고, 운동도 잘 다닌다. 아쉬운 건 밖에서 집으로 오자마자 긴장이 딱 풀리면서 바로 넉다운되는 나의 체력이다. 요즘 밀리의 서재에서 읽는 책은 ‘직장인의 처세’와 ‘건강’ 그리고 ‘심리 (번아웃)’ 과 관련된 책이 주다.
이번 유닛모임 도서 ‘관계를 읽는 시간’도 그러한 연장선 상에서 읽었다. 회사와 나 사이에 바운더리가 필요하다고 막연히 느꼈으며, 모임원들과 대화하며 이를 구체화했다.
나와 타인(직장 동료)와의 바운더리를 유지해야한다.
나는 특히 과잉공감과 순응이 두드러진다. 즉, 이유를 막론하고 동료 기분이 안좋으면 같이 다운되고 해결해주려 한다. 거절을 잘 못해서 부탁은 다 들어준다. 오히려 도울 것을 찾는다. 팀원들이 야근하면 같이 하려하고, 도울 것이 없어도 자리를 지킨다.
개인 자아와 회사원 자아 간의 바운더리를 유지해야한다.
주니어로서 일을 다 잘할 수 없다. 오히려 잘하는 것이 이상하다. 메타인지학에서는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것을 참된 성장으로 본다. 더불어 업무 상 많은 갈등과 거절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 회사가 불황일 수도 있고, 외부 요인으로 업무량이 폭증할 수도 있으며, 부서가 없어질 수도 있다. 내가 역량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런 것이다.
리딩클럽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회사 과몰입에서의 자유’ 라는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 특히, 6시 반에 비싼 PT를 끊고, 이유없는 야근을 피하기 위해 환경을 조성했다. 6시 20분까지 메일을 검토하며 질척이다가도 총알같이 달려나가고는 한다. 그렇게 회사 밖에서의 삶에 비중을 두고, 돈을 쓰면서 서서히 바운더리를 세우고 있다.
물론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만 분리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음을 안다. 리딩클럽 팀원들하고 개인적인 이야기 못지 않게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한다. 그 지점. 상황을 조금더 멀리서 볼 수 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친구들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그 지점이 바운더리를 탄탄히 만들어주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이직을 생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의 가능성을 회사에 한정짓지 않게 된다. 혹, 회사에서 실수를 저질렀을지라도, 확실하게 배워서 훗날 나의 일을 개척해나가리라는 믿음도 갖게 된다. 지금은 일단 업계 내 채용 공고 및 트렌드를 스크랩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채용공고는 매력적이기에, 회사 속의 나 개념에서 벗어나기에 효과적이다. 현재 갈고 닦는 매일매일 일상이 가져다줄 성장, 그리고 그 기회를 주는 현 회사에게도 가슴깊이 감사하게 된다.
요즘들어 홀로의 삶을 생각하고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느끼고 있다. 가족을 꾸린다는 건 상상치 못한 기쁨을 안겨주지만, 개인의 희생을 강요한다. 그럼에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멋진 선배님들의 삶이 있는 한편, 혼자의 삶에 몰입하다 허우적 대는 막내의 삶이 있기도 하다. 그들을 응시하되 선을 넘지 않는 일, 때로는 방향성 만을 설정하고 P의 자세로 전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준비되지 않아도,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을 느끼고 싶다.
나’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고 자신을 개별적 존재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전체 속에서 연결된 존재로 느끼게 된다. -관계를 읽는 시간
그렇게 각자의 고유함을 잃지 않은 채 사람들과 얽히어가길 바라며, 이번 독서를 마친다. 또 한편마침.
이 글은 2023년 9월 독서모임 리딩클럽에서 책 <관계를 읽는 시간> 을 읽고 작성한 글이다. 어김없이 입사 초에 쓰던 글을 뒤적거리다가 '바운더리' 주제를 발견한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사람들간 바운더리를 인지하는 가운데 연결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이제는 그 어려움을 굳이 설명하거나 글을 쓰려 애쓰지 않는다.
관련하여 선배 분과 멘토링을 했을 때, 예지님은 저처럼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사람과 관계를 신경 쓰는 마음이 어쩌면 사람들을 상대하는 우리 업무를 좀더 섬세하고, 멋지게 만드는 것 아닐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니, 당연히 여러 마음이 소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힘듦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는 홀로가 아닌 여럿이기에 얻을 수 있는 행복감에 집중해보자고. 사람들 간에 공감과 도움으로 연결되었을 때 느끼게 되는 기쁨과 안정감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힘들 때는 잠시 홀로의 공간으로 돌아와도 좋다. 책에 기대어 바운더리를 점검해보고, 잠시 거리를 두기도 하며 그렇게 지속가능한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자주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회사에서의 자아와 개인 자아를 철저히 분리하는 편이다. 회사의 비즈니스 상황이나 피드백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면, 회사 외에 가지고 있는 것이 많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 하나, 혹은 심지어 나로 비롯한 일이 아니라도 쉽게 휘청이게 된다. 나의 역할에 책임을 다하고, 일이 유려하게 흘러가게 다리를 놔주는 것. 그 모든 것은 합당한 업무 시간에 이루어져야 하며, 역량 부족이나 업무량 초과로 일을 하지 못할 경우 빨리 사수에게 상황을 공유하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열정과 성장,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팀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며, 신뢰는 솔직함과 빠른 상황 공유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적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 으로서 함꼐 일하기 좋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