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으로 뚫는 유리천장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 자기가 사는곳에서 '돈만있으면' 생활 수준이 올라가고 편하게 살거라고 생각할겁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보다, 영국보다, 미국보다 더, 두바이에서 이 특징이 조금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산이 얼마이상부터 부자다, 라는 규정이나 기준이 정해져 있는건 아닙니다. 다만, 내가 돈을 조금 더 쓰고 편리해지겠다고 맘을 먹는 순간 새로운 편리함이 열리는 기회가 훨씬 많은 사회가 두바이지요.
예를들면 버를 타며 돈을 아끼는 대신 시간을 더 쓰는것 대신, 택시를 타고 돈을 쓰는 대신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아끼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한국에 갈때마다 제가 느끼는 것은 한국에서는 기본생활의 틀이 정해져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상향조정 되어있다는거에요. 그야말로 중산층이 두터운 선진국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두바이의 생활모습은 한국과는 다릅니다. 부와 신분의 스펙트럼이 좀더 넓고 세분화 되어 있다고 할까요.
가장 간단한 예로 두바이 메트로의 구분을 들 수 있겠습니다. 두바이 메트로에는 ‘일반 칸’과 ‘골드 칸’이 나뉘어 있습니다. 같은 열차, 같은 시간에 달리지만 요금을 조금 더 내면 훨씬 넓고 조용한 공간이 주어지죠. 마치 비행기에서 퍼스트, 비지니스, 이코노미가 나뉘어져있는것과 같습니다.
누군가는 불필요한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그만한 값어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고, 그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두바이의 평범한 중산층인 제가 누리는 것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집안일과 육아를 도와주는 상주 가정부, 정원을 관리하는 가드너, 주차된 차에 우렁각시처럼 세차해주는 서비스, 하물며 조금의 요금만 더 내면 주차되어 있는 차에 주유를 하러 오는 서비스도 있죠. 세계 어디에서도 우리나라같은 배달의 민족은 없다고들 하지만, 두바이는 더하면 더했죠...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오토바이로 어디든 무엇이든 배달됩니다.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아이가 아이패드를 두고왔을때는 '카림박스' 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만오천 정도에 그 친구집에 가서 아이패드를 픽업해서 우리집에 갖다줍니다. 제가 직접 운전해서 가는 수고도 줄이고, 시간도 줄일 수 있죠?
이것은 단순히 부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소득만 있다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에 가깝습니다. 시간을 아끼고, 그 시간을 내가 더 소중히 쓰고 싶은 곳에 쓰는 구조.
공항에서, 은행에서, 심지어 병원에서도 패스트 트랙은 늘 열려 있습니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Q pass 를 사는것처럼, 두바이에서는 어디에나 이 패스트 트랙이 존재합니다. 돈을 조금 아끼고 시간을 쓸 것인지, 아니면 돈을 조금 더 쓰고 시간을 아낄것인지에 대한 옵션이 있는것이죠.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두바이에서는 그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이 모든 것이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두바이의 구조는 부자가 더 잘 살도록 편의를 독점해둔 시스템이라기보다는, 누구나 돈을 벌면 더 편리하게 살 수 있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즉, 닫힌 신분사회가 아니라, 열린 자본주의 신분사회인 셈이죠. 내가 오늘은 버스를 타고, 내일은 택시를 타듯, 상황과 마음에 따라 경계는 언제든 이동할 수 있습니다.
두바이에서 살다 보면 느낍니다.
돈은 불편을 편리로 바꾸는 열쇠라는 걸, 그리고 그 열쇠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진 게 아니라는 걸요.
누구나 노력해 번 돈으로 원하는 만큼의 편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
그것이 두바이가 보여주는 자본주의의 솔직한 얼굴이고, 저는 그 안에서 나름의 자유를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