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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Aug 31. 2020

무수한 세월을 품어온 모허절벽

자연이 전해주는 감동과 숭고함




나에겐 골웨이를 오고자 했던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었다. 

골웨이는 자유로운 음악뿐만 아니라 다듬어지지 않은 아일랜드의 자연경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


그중 몇 년 전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곳은 바로 모허절벽(Cliff of Moher)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보게 된 모허절벽의 모습에서 풍겨져 나오는 신비스러움에 빠져 언젠가는 꼭 저곳을 가리라 마음먹었다.

 

모허절벽은 혼자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투어 비용과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에 투어사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모허절벽을 가기 전 들렸던 곳은 바로 아일랜드 최고의 바위정원이라 불리는 Burren.


석회암 지대답게 돌덩이들로 둘러싸여져 있다. 정말 돌덩이로만 가득한 이곳 한가운데 저 돌 하나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것에서 뿜어져 나오는 뭔가 모를 고대의 힘에 나도 모르게 엄숙해진다.


고인돌 같은 저 바위를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다 보면 어느덧 가이드의 호출이 이어진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모허절벽. 

여기도 날씨가 참 중요한 곳이라 행여나 비가 오지는 않을까 했던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다행히 맑은 날씨 속에 한발 한발 앞으로 전진하며 아름다운 풍경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입구를 지나 조금 걷다 보니 주룩주룩 내리는 비 대신 거센 바람이 미친 듯이 불기 시작한다. 이에 미친 듯이 흩날리는 내 머리칼을 붙잡느라 정신이 없다. 도저히 앞을 볼 수 없어 모자를 뒤집어쓰지만 그래도 거센 바람을 맞서 앞으로 나아가던 내 다리는 후들후들 대기 시작한다.


 

이렇게 바람과 싸우면서도 내 눈앞에 펼쳐진 모허절벽의 모습은 절경 중에 절경이다. 

높이 220m에 8km 가까이 펼쳐져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모허절벽.

이 모습을 어떻게 한마디로 딱 표현할 수 있을까?

그냥 그 순간 그 웅장함과 위대함에 입이 떡 벌어져 할말을 잃게 되는 것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자연 절경 중 하나라는 이곳의 명성답게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의 촬영지답게

바다와 절벽이 극적으로 만나는 듯한, 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절경에 또 한 번 자연의 위대한 힘을 느끼게 된다. 이 아름다움이 전해주는 감동과 함께 숭고함마저 느껴져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인간이 창조한 화려한 건축물이 아무리 근사하다고 한들 수억 년 전부터 이 모습을 간직하며 세월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이 거대한 자연과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발길 닿는 대로 조금 더 올라와 거센 바람 속에서 잠시 멍하니 서있어 본다. 내 눈 앞에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와 그 위에 쌓여 올라온 절벽과 함께 쉴 새 없이 그 절벽을 두드리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지금 이 순간의 공기를 한껏 들여 마셔본다. 그러고 나면 왠지 모르게 내 머리를 뒤흔들던 복잡한 마음은 사라지고 평화와 안정이 찾아오는 기분이다.


3억 년 전부터 쌓여 올라왔다는 바다 위의 저 절벽들은 그 세월 동안 어땠을까.

그 무수한 세월 동안 바람과 파도에 끊임없이 깎이고 또 깎이는 그 힘들고 험난한 과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품어내었기 때문에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 현실을 뛰어넘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험난한 과정과 시련을 이 절벽처럼 그대로 묵묵히 품어내다 보면 내 인생에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절벽이 만들어낸 신비한 아름다움처럼 언젠간 내 인생도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가득 찰 수 있지 않을까.


카메라로는 이 풍경과 느낌을 담기엔 역부족이지만

이렇게 자연이 한없이 베풀어주는 수많은 아름다움이 진정으로 고마워지는 순간이 있다.


자연이 전해주는 그 숭고함과 위대함은 늘 내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나가야 할지 방향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순간을 거친 나는 늘 조금 더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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