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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Aug 27. 2020

아담한 어촌마을의 아이리쉬 감성

소소하고 정겨운 골웨이의 흔한 풍경




아일랜드에서의 음악과 술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시간은 더블린을 넘어 골웨이까지 계속되었다.

  

런던에서 더블린을 넘어왔을 땐 다시 도시에서 시골로 온 느낌이었다면

더블린에서 골웨이로 넘어왔을 땐 또다시 시골에서 더 한적한 시골로 온 느낌이었다.


소박한 정마저 느껴지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작은 어촌마을, 골웨이.

‘골웨이’라는 세 글자만으로도 뭔가 감성적인 느낌으로 가득한 마을.


‘골웨이'라고 하면 예전부터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있었다. 그 그림은 더블린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해 내리던 순간 현실화되었다.



인구 10만의 이 아담한 마을의 거리 곳곳에 매달려 있는, 아일랜드 국기 색을 담은 깃발은 바람에 살랑살랑 펄럭이며 내 마음을 흔들기 시작하고

군데군데 보이는 앙증맞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내 눈을 사로잡는다.

조금은 황량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 수 있는 겨울의 그 낯선 거리가 역시나 감미로운 목소리와 기타 연주의 조화로움에 따스해지고

화려함과 시끌벅적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 것 같은 이 한적한 마을 곳곳의 레스토랑과 펍에서는 전통 아이리쉬 음악의 흥겨움이 내 귀와 몸을 감싼다.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지면 골웨이 특유의 감성으로 가득한 하나의 특별한 공간이 탄생해버린다.

나는 그렇게 또 그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에 젖어 들어갔다.



골웨이의 소규모 광장인 에어 스퀘어를 시작으로 골웨이 시내 스트리트가 펼쳐진다. 이 거리를 걷고 있으면 화려한 쇼핑거리는 아니지만 골웨이만의 따스한 정취와 여유가 정겹게 다가온다.


이러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어김없이 음악 덕분이다. 

더블린처럼 골웨이의 길거리에는 자신의 음악과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어쩌면 더블린보다는 덜 화려하지만 더 수수하고 보헤미안 스타일을 추구하는 예술가들 덕분에 나의 마음은 더 말랑말랑 해지는 듯하다. 그들의 수수한 목소리와 연주, 몸짓에 자유로움이 흘러내린다. 


자유와 여유가 흐르는 공간

이렇듯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영혼이 음악과 하나 되는 곳, 바로 골웨이다. 


‘버스킹의 고장’ 답게 길거리, 레스토랑, 펍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음악과 그 음악과 함께 낮술 한잔을 가볍게 기울이고 있는 그들을 그냥 보고 듣고 있는 것만으로 나의 하루는 느슨해지고 편안해진다. 그들의 여유와 소소한 행복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들에겐 ‘음악’은 늘 함께 하는 것.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지만 그 일상이 가져다주는 힐링이 그들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인지 자유롭고 흥겨운 골웨이에는 거리 골목골목에서 기네스를 즐길 수 있는 펍을 쉽게 마주칠 수 있고 라이브 음악 연주가 울려 퍼지는 유명 전통 펍이 꽤나 많다. 

비긴 어게인 프로그램의 버스킹 장소인 Tig coili에서부터 kingshead, anpucan, oconnel 등등등


저녁 9시가 넘어가면 이곳은 골웨이만의 색다른 매력으로 가득한, 더욱 활기찬 공간으로 변한다. 

더블린과는 다르게 골웨이 번화가 대부분의 펍에서는 좀 더 아일랜드 전통음악을 라이브로 함께 즐길 수 있다. 여기저기서 그 흥겨운 리듬이 울려 퍼지면 내 몸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다. Real traditional Irish music을 듣고 있으면 사실 무슨 말인지도 모르지만 어느 순간 현지인들 사이에 끼여 함께 술잔을 부딪히며 따라 부르고 그들 속에 스며들어 함께 뛰어놀게 된다. 그 순간에는 나이불문, 국적불문, 성별불문 모두가 하나가 되어 서로에게 신나는 밤을 선사한다.



한국에 있을 당시 ‘비긴 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워낙 즐겨봤던 터라 골웨이 거리 곳곳을 지나칠 때마다 그 장면들을 떠올리며 그 흔적을 좇게 된다. 특히나 골웨이의 작은 펍, Tig coili에서의 그들의 버스킹 연주가 떠오른다.


윤도현의 호소력 짙은 보이스. 거기에 조화롭게 얹어지는 이소라의 맑고 묵직한 보이스. 그 낯선 한국인 뮤지션들의 보이스가 만들어내는 힐링 사운드에 ‘앙코르’를 외치며 박수를 아끼지 않던 장면.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부른 앙코르곡 falling slowly.


‘천천히 스며들어 그대의 노래를 불러요, 나도 따라 부를게요.’

영화 ‘원스’의 남자 주인공이 전하는 감성적인 노랫말에 즉석으로 더하는 여자 주인공의 화음. 그 두 사람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더해져 마침내 탄생한 원스의 대표곡 falling slowly.


만약 이 공간에서 falling slowly를 실제로 듣는다면 난 또 그 자리에서 옛사랑의 추억에, 아련한 감성과 여운에 한동안 젖어 들어 빠져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내가 Tig coili를 찾은 날에는 그저 흥겨운 전통 아이리쉬 음악공연이 펼쳐지고 있었고 아련한 감성 대신 그곳 사람들과 또 한 번의 특별한 밤을 보내게 되었다. 




P.S. 스페니쉬 아치를 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브런치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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