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움이라는 감정은 나에게 크게 와닿는 감정은 아니다. 자랑스러움은 자부심, 긍지, 자존감과는 또 다른 감정인 것 같다. 내가 자랑스러운 감정을 잘 느끼지 않아서 그런지 자랑스러움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본인이 한 것도 아닌데 뭘 저렇게 자랑스러워하나'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님에도 저렇게 본인의 일처럼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이 공감이나 동일시 같은 긍정적인 현상인 건가 싶기도 하다.
물론 국가적인 부분은 나도 자랑스러울 때가 있다. 예를 들어서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탔다든지, K문화가 세계적으로 잘 나간다든지 하는 걸 보면 소위 말하는 국뽕이 차오르는 느낌도 받는다. 다만 개인의 삶에서는 그 감정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내가 자랑스러움이라는 감정에 인색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1. 타인의 성취에 대해 선을 긋는다.
2. 자랑스러운 감정을 가지기 위해 달성해야 하는 업적의 역치가 높다.
자랑스러움을 스스로의 성취에 대한 부분과 타인의 성취에 대한 부분으로 나누자면, 나는 타인의 성취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자랑스러운 감정은 들지 않는다. 물론 기분이 좋은 감정은 든다. 하지만 결국에 그 사람의 업적이고 성취이지 내가 달성한 것은 아니지 않나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업적으로 내가 특혜를 받고 싶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어머니가 어느 회사의 임원으로 승진이 되셨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기쁜 감정이 들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직접 임원이 되는 것이 자랑스럽고 더 좋은 일이지, 부모가 임원이 된 것이 내 인생의 성취로 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어찌보면 조금 타인과 선을 긋고, 내꺼는 내꺼이고 네꺼는 네꺼라고 구분지어 생각하기 때문에 타인의 업적은 나에게 덜 자랑스럽지 않나 싶다.
감사하게도 내 주변에는 꽤나 잘 나가는 분들이 많으시다. 그렇기 때문에 자랑스러움이라는 감정에 도달하기 위해서 어떤 선을 넘어야 한다면 꽤나 높은 기준을 넘겨야 된다. 사람들은 평범한 일에는 자랑스러움을 잘 느끼지 않는다. 자랑스러움은 어떤 노력이 들어가서 이뤄진 일, 또는 희소한 무언가를 성취한 것 대해 가지게 되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김치찌개를 맛있게 만들어서 먹었는데 그게 자랑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는데 미슐랭 1스타에 선정이 되었다는 것이 더 자랑스러울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주변에 대단한 분들이 많게 되면 뭔가를 이뤄도 그건 보통은 다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앞서 들었던 미슐랭의 예를 다시 들어 보면, 내가 미슐랭 1스타가 선정이 되었는데, 이미 주변 지인들은 1스타인 사람이 많다면 그 사실은 그렇게 자랑스럽지 않을 수 있고, 평범한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슬픈 현실이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감정은 결국 자랑하는 마음과 행동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라고 생각하여 조심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자랑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 자랑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의 자랑은 듣기 싫어한다. 자랑스러운 마음은 알겠지만 그 자랑스러움은 너한테나 자랑스러운 것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앞에서 다른 글에서도 잠깐 썼는데, "네 자식은 너한테나 대단한 것이지 다른 사람한테도 대단하지는 않다") 자신의 자녀를 자랑스러워한다면 높은 확률로 다른 사람의 자녀에 비해서 자신의 자녀가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또는 본인의 여러 자식들 중에서 한 명을 자랑스러워하고 다른 한 명은 딱히 자랑스러운 점이 없다면 차별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자랑스러운 아들/딸이 될게요!"라는 말도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니다. 자랑스럽다는 감정은 주관적인 것이다. 어떤 부모는 자식이 어디든 취업해서 자기 앞가림 하면서 밥벌이를 하면 자랑스러워하겠지만 어떤 부모는 유명 대기업에 다니거나 의사 변호사인 자녀에 대해서만 자랑스러워할 수도 있다. 굳이 내가 누군가의 자랑이 되어야 하나 싶고, 그렇게 누군가의 자랑이 된다는 것은 타인의 기준에 내 삶을 평가하겠다는 느낌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