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
영화 '서브스턴스' 감상 후기
* (스포 주의!) 해당 글에는 영화의 스토리와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서브스턴스는 한국에서는 아직 개봉을 하지 않았다. 한국 기준으로 2024년 12월 11일에 개봉을 한다. 곧 개봉하는 셈이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9월 20일에 개봉을 했다.
데미 무어 주연의 영화인데, 내가 기억하는 데미 무어의 가장 리즈 시절 영화는 초등학생 때 OCN 채널에서 나왔던 "사랑과 영혼"이다. 최근에 데미 무어가 과하게 성형을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어쨌든 데미 무어는 리즈 시절에 정말 많이 예뻤다. 그리고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앗아가는 세월이 야속할 것이다. 외모로 인해 사랑을 받고 그 사랑으로 경제 활동을 했던 사람이라면 더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월을 되돌리는 기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과거에 비해 많은 기술이 발전하여서 그 나이대로 보이지 않고 10-20년은 젊어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60대가 50대 초반이나 40대 후반으로 보일 수 있을 뿐이지 20대로 보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사람의 욕망을 잘 긁어주었다. 주인공은 한 때 잘나가던 스타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퇴물 취급을 받게 된다. 여전히 나이대에 비해서 아름답지만 젊은 스타들에게는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은 상실감을 느낀다. 그러다가 '서브스턴스'라는 것을 소개 받게 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서브스턴스'라는 물질을 주입하게 되면, 나와 동일하지만 더 젊고 아름다운 버전의 내가 만들어진다. 일종의 아바타인 것이다. 의식은 하나이기 때문에 내 원래 몸과 아바타를 일주일씩 번갈아가면서 사용해야 된다. '서브스턴스'의 주의 사항에 '반드시' 일주일씩 사용하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모든 영화의 전개가 그렇듯이 더 아름답고 젊은 아바타의 몸을 남용하게 된다. 그리고 반대급부로 원래의 몸은 훨씬 더 늙고 추악해지게 된다. 일종의 대가인 셈이다.
데미 무어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실제로 리즈 시절 너무나도 예뻤던 그 여배우가 주연인 것이다. 영화를 진행하면서 조금은 기괴하고 징그러운 장면들도 있지만 (특히 마지막 엔딩 장면이 매우 징그럽다) 비위가 상할 정도는 아니고, 나체가 나오긴 하지만 그 역시도 선정적이라는 느낌 보다는 나이든 육체와 젊은 육체를 대비시키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는 느낌이 강하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그로테스크하고 뻔한 전개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강렬했고, 꽤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실제로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을 했다)
난 사실 외모로 덕을 본 건 없는 사람이라서 젊은 나의 리즈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은 덜한 편이다. 만약 내가 진짜 너무 예뻐서 외모로 덕을 많이 봤던 사람이라면 과거의 영광이 그리울 것 같다. 그렇지 않은 현실에 감사해야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인간이 결국 아름다움과 젊음을 갈구하는 이유는 손에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기술이 더 고도로 발전하여 아름다움과 젊음도 얼마든지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우리는 그걸 별로 갈망하지 않을 것이다. 나이가 그냥 게임의 레벨과 같은 의미라면 레벨이 올라간다는 사실 자체를 싫어할 사람은 없지 않을까? 게임에서 내 캐릭터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노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 인간의 욕망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먼 미래는 아닐 수 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