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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

생각보다 뿌듯하고 부끄럽고 고마운 일이다

by 유 매니저

나는 글재주가 있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을 못 쓰냐고 물어본다면, 또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브런치에서는 나를 작가로 승인해줬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브런치). 글을 쓰기는 하지만 재능이 있어서 좋은 글을 뽑아 낸다기 보다는 그냥 누구나 쓸 수 있는 정도의 글을 쓰는 사람이다. 적어도 소비자이기만 했던 과거에서 소비자겸 생산자로 아주 조금의 진화를 한 느낌은 가지고 있다.


대학 생활 때 에세이, 레포트, 소논문 등의 글을 쓴다든지, 회사에서 보고서, 메일, 공지사항 등의 필요에 의한 글쓰기 외에, 별로 필요하지 않지만 온라인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네이버 블로그였다.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초반에는 개설해놓고 별다른 내용을 쓰지 않다가 한창 싸이월드니 네이버 블로그니 티스토리 등이 유행할 때, 슬금슬금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를 열심히 쓰기 시작한 시점은 20대 때 블로그 체험단을 하기 위했을 때였다.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 20대에게 블로그 체험단은 아주 좋은 부업이었다. 돈을 번다기 보다는 나가는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네일이나 헤어 같은 뷰티 체험단은 방문자 수가 높은 블로거들이 잘 선정되기 때문에 방문자수를 늘리기 위해서 이런 저런 콘텐츠들을 올렸다. 유튜브, 인스타, 틱톡 같은 건 성향에 잘 안 맞고 잘 못할 것 같지만 네이버 블로그라면 나도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었다. (뭐 요즘은 브런치에 집중하느라 별로 올리지도 않아서 흐지부지 되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네이버 블로그를 할 때에도 방문자수나 조회수가 높게 나오면 기분이 정말 좋았다. 특히 네이버나 구글에 뭔가를 검색했을 때, 내 블로그가 제일 상단에 나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이걸 전문용어로 SEO Search Engine Optimization이라고 한다. 이래뵈도 마테크 회사에서 5년 일한 사람이다, 엣헴!)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있구나! (내가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는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 그리고 직접적으로 내 게시글이 도움이 되었다는 댓글이 달릴 때에는 뿌듯하기도 했다.


브런치도 블로그의 연장선이긴 했다. 하지만 조금은 더 정제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을 하나씩 써서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하나의 작품으로 나올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는 솔직히 엄청난 양질의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일단 맛집 위주로 많이 올렸고, 사진, 설명, 그리고 일상 내용을 버무려서 썼다. 사진 촬영 등을 제외하고, 글 하나를 쓰는 순수한 시간으로는 대체적으로 10-20분 정도 걸린다. 물론 그 와중에 공들여서 1-2시간씩 쓰는 글도 아주 간혹있다. 예전에 여행 관련 콘텐츠를 올릴 때, 사용한 경비라든지 일정을 정리해서 올렸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시간이 걸리는 또 다른 콘텐츠로는 매년 올리는 한 해 동안 읽은 책이나 영화 리뷰의 경우는 취합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하지만 내가 투입한 시간 대로 항상 조회수가 나오는 건 아니다. 10분만에 썼는데 더 인기 있는 글이 있고, 1시간을 썼는데도 조회수가 영 시원치 않은 글이 있다.


브런치는 처음부터 아무나 쓸 수 없고 작가로 선정이 되어야 쓸 수 있어서 그런지, 내가 어떤 글을 쓸 것인지 컨셉을 잡고 시작해야 된다는 부분에서 마음가짐이 달랐다. (이 계정도 작가 심사에 한 번에 통과하고, 다른 사이드 계정도 한 번에 통과가 되어서 ‘오? 내 글과 작품 계획이 꽤 괜찮나보군?’이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브런치 글은 아무래도 좀 더 내 생각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끄러운 부분도 있다. 너무 날 것으로 올리면 더욱 부끄러울 테니 많이 검열을 하기도 한다. 좀 더 재밌고 자극적인, 내가 오프라인에서 친구들한테 하는 에피소드들도 많은데, 그런 에피소드들에는 가족, 친구, 남편, 시댁 이야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어서 많이 검열을 하는 편이다. 이 계정을 내 오프라인 지인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약간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같이 쓰는 건 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 브런치도 누가 보려나 싶었지만, 의외로 ‘작가에게 제안하기’를 통해서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있고, 댓글로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시는 분도 있었다. 누군가 읽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조금 더 열심히 써볼까?하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란다.


유배지에서 반백수 생활을 하면서 뭘하지 싶은데 (그래도 취업의 끈을 아직 놓지는 않고 있다!), 다산 정약용처럼 글을 많이 써볼까 싶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고,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정리해서 글로 내놓는다면 누군가는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지 않을까 싶다. 나도 누군가의 글에 감명받고 위로를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참고로 나는 정지우 작가님 글을 정말 좋아하고 위로 받기도 했고, 신수정 작가님의 글도 좋아한다), 글이 가지는 힘을 알고 나도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다.


변변치 않고 별로 재미도 없는 글을 올릴 때마다 부끄러운 마음이지만,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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