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사랑도 식게 할 코골이
결혼하고 나서 진짜 적응이 힘들었던 건 누군가와 같이 한 침대에서 잔다는 것이었다. 보통 혼자서 싱글 침대에서 자왔는데,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은 꽤나 불편한 일이었다. 어렸을 때는 진짜 한 번 자면 업어가도 모르는 정도로 푹 자서 전혀 예민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30대에 접어들면서 꽤나 잠자리에 예민해진 느낌이었다. 자고 일어나도 예전만큼 푹 잤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수면이 질이 확실히 낮아진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 결혼을 하고 남편과 같이 자는 생활이 되었는데, 진짜 수면의 질이 최악이었다. 남편이 코를 골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술을 마시거나, 피곤하면 코를 고는 사람이고, 이도 간다고 한다.
그래도 항상 같이 여행하면서 한 방을 쓰는 친구들에게 '나 어제 혹시 코 골았어?'라고 물어보면 '안 골았는데'라고 말했다. 이 얘기를 남편에게 하면, 친구들이 착해서 내가 민망할까봐 그렇게 말해준 거 아니냐고 하는데, 내 친구들이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코골이에는 답이 없었다. 진짜 너무 시끄러웠고, 내가 먼저 자기 시작한 다음에 남편이 자더라도, 중간에 살짝 잠에서 깼을 때 남편이 코를 골면 잠이 다 달아났다. 그리고 남편을 살짝 살짝 옆으로 굴리면 그 순간에는 코를 좀 덜 고는 듯 싶지만 결국에는 다시 골았다.
나도 회사에 출근해서 일해야 되는데, 이런 저질 수면으로 피곤한 몸으로 출근하는 게 너무 싫었고, 자연스럽게 짜증도 늘었던 것 같다. 이걸 어떻게 고치지 싶다가 수면 클리닉 같은 곳을 가서 양압기를 하고 자게 해야 되나 싶었다. 수면 클리닉에 방문하고, 양압기를 하는 게 비싸고 시간도 들고 번거롭고 불편한 그런 일이라서, 뭔가 더 간단한 방법이 없을까 찾아봤다. 진심으로 각방을 써야 되나 싶었고 이래서 나이 들고 나서는 각방을 쓰는 건가 싶었다.
고통 받던 와중에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가입한 네이버 카페에 '남편 코골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봤다. 역시나 나보다 먼저 고통을 받고 있던 선배들이 있었다. 댓글까지 꼼꼼히 살펴보니 귀마개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다들 한 번씩은 껴봤을 텐데, 고등학생 때 3M 귀마개를 껴봤을 때, 별로 효과가 없어서 반신반의하면서 글을 읽었다. 사람들이 추천하는 건 맥스 귀마개였다. 사람마다 귓구멍 사이즈가 다르니 여러 종류가 하나씩 들어 있는 샘플 팩을 써보면 된다고 했다. 쿠팡에 검색해보니 샘플 팩이 있었고 바로 주문을 했다.
나는 귓구멍이 작은 편인데, 맥스 중에서 드림걸이라는 분홍색 제일 작은 게 딱 맞았다. 귀마개를 사용하는 방법도 따로 있었는데, 조물조물해서 가늘게 만들고 그걸 귀에 쏙 집어 넣으면 귀마개가 다시 부풀면서 소음이 차단되는 형식이었다. 내가 예전에 3M을 사용할 때는 이렇게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았고, 귓구멍이 작아서 제대로 꽉 착용을 못했던 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제대로 귀마개를 착용하니 진짜 소음 수준이 확 줄었다. 그리고 잠도 쾌적하게 잘 수 있게 되었다. 그 뒤로 맥스 드림걸 한 통을 선물 받았고 (친구가 생일 선물로 뭐 필요하냐고 해서 사달라고 했다), 아직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저는 어떠한 광고도 지원 받지 않았습니다! 이건 백프로 제 실사용 후기입니다!!***)
(내가 쓰고 있는 맥스 드림걸 귀마개 사진. 50쌍이 들어 있다. 내가 보통 한 쌍으로 2주는 쓰니까, 100주는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작년 10월에 선물 받은 건데,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귀마개 사용 관련 추가 사항을 안내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귀마개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성능이 좋다.
오래 사용하면 귀마개가 귀지와 귀에 있는 기름을 먹어서 조물조물 눌렀을 때 작아지지 않게 된다. 그러면 귀에 쏙 들어가지도 않고, 어떻게 잘 넣었다고 해도 소음 차단력이 많이 약해진다. 찾아 보니까 1주일마다 바꾸라고 하는데, 나는 대충 2주 정도에 한 번씩 바꾼다. (조물조물 해서 넣을 때 안 작아지면 바꾼다)
2. 계속 쓰거나 그러면 귀가 가끔 아플 때가 있다.
심한 건 아닌데, 아무래도 꽉 누르다보니 귀에 부담이 가는 것 같다. 그럴 때는 며칠 안 껴주면 좋긴 한데 이건 불가능하니까, 그냥 귀 부분을 살살 마사지 해주고, 새거로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새거는 좀 덜 말랑거려서 귀를 꽉 막아주기 때문에 (그 덕분에 소리 차단이 잘 됨), 귀가 좀 불편하면 그냥 좀 귀지와 기름을 먹은 귀마개를 쓴다.
3. 생각보다 잘 안 빠져서 괜찮다
잘 때 빠지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는데, 쏙 잘 넣으면 귀에 잘 들어가 있다. 가끔 빠져있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은 아침까지 귀에 잘 들어가 있다.
4. 처음엔 불편하긴 한데 쓰다보면 적응되서 괜찮다.
그리고 이게 없으면 남편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는데, 귀마개를 하면 조금 불편하지만 잠을 잘 수 있어서 그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
5. 외부 소음은 꽤나 잘 막아준다.
귀마개 써도 별로 효과 없다 다 들린다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거는 코고는 소리와 청력과 예민도의 복합적인 문제인데, 체감상으로는 정말 많이 줄여져서 잠을 자는 데 문제가 없다. 제대로 된 착용법과 맞는 사이즈로 사용하는데도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면 청력이 너무 좋거나 예민도가 높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일단 제대로 된 착용법과 맞는 사이즈로 사용하는 것부터 해봐야 한다. 내가 이전에 3M 귀마개에서 실패한 경험처럼 사이즈도 안 맞고 제대로 착용도 하지 못해서 소음이 잘 차단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편안한 잠자리를 위한 추가 팁도 공유하겠다. (이미 많은 유부 선배들도 알고 있는 팁이고, 내가 결혼 준비한다고 하니까 나한테 말해준 팁이다. 그리고 유부 선배들의 말은 다 맞았다.)
1. 침대는 무조건 큰 걸로, 잘 때 최대한 안 닿을 수 있게 해야 한다.
2. 이불은 2개, 이불 한 개면 잘 때 이불 뺏고 뺏기고 불편하다. 난 이불에 폭 감기는 형태로 자는 걸 좋아해서 꼭 2개가 필요하다.
남편이랑 1박2일로 어디 놀러갔던 적이 있는데, 그 때 깜빡하고 귀마개를 안 챙겨가서 낭패를 본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자고 오는 여행을 갈 경우에는 꼭!!! 챙긴다.
코고는 사람과 함께 자고 있다면, 조금이라도 소음에서 해방되어 잘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