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 2, 쿠키 영상 1개
오늘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모아나 2는 쿠키가 1개이고, 하나 나온 다음에 크레딧 더 봐도 뒤에 아무 것도 없으니, 그냥 하나 봤으면 나가도 된다는 점을 먼저 말하고 시작하겠다.
그리고 오늘 글의 주제는 모아나에 대한 후기라기 보다는 'There's another way'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해보려고 한다.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모아나2가 재밌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침 AMC 멤버십도 구독하고 있어서 오늘 낮에 보고 왔다. 모아나 1은 언제 어디서 누구랑 같이 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영화 자체는 괜찮게 봤는데 크게 기억에 남을 만큼 임팩트가 있었던 건 아니었나보다.
모아나 2는 1과 동일하게 모아나가 바다로 나가서 뭔가 중요한 퀘스트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예상이 되는 것처럼 여러 역경을 헤치고 퀘스트를 달성하는 해피 엔딩이다. 어른이 보기에는 크게 가슴 졸이면서 봐야 되는 부분은 없었고, 단절 되었던 섬이 모아나의 도움으로 연결이 되는 게 코로나로 인해 단절되었던 사회가 다시 연결되었다는 점을 비유한다는 해석도 있는데, 그렇게 해석해도 좋지만 인간의 근본적인 탐험 욕구를 반영했다고 보는 게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이 세계에 우리만 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인류는 바다를 건너 신대륙을 찾아 탐험했고, 이제는 그 스케일이 더 커져서 탐험을 우주로까지 넓혀서 진행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딱히 모난 곳 없는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보다, 영화를 보면서 기억에 남는 포인트가 하나 있었는데 'There's another way'라는 부분이었다. 모아나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원래 계획한 해결 방식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모아나는 다른 방법이 있을 것임을 의심치 않고 다른 방법을 찾아서 해결한다.
사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항상 방법은 하나고 길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인생을 살면서 눈 앞에서 길이 사라진 경험을 하거나 길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고3 생활을 하면서 수능을 망쳐서 대학에 잘 못가면 인생이 망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재수를 할 수도 있고, 반수를 할 수도 있고, 편입을 할 수도 있다. 재수를 하면 남들보다 1년이 뒤쳐진 느낌으로 초조하겠지만 사실 인생은 길고, 나중에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회사를 다니는데 적성에 안 맞고 더 이상 다니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서 힘들 수 있다. 주변에서는 다들 회사를 잘 다니는 것 같은데, 나만 왜 이렇게 적응을 못하는 것이지 속상하고 나만 이상한 사람인 것 같다. 이직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그냥 무작정 퇴사를 하고 싶은데, 그래도 되는지 걱정이 든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길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내 상황도 그다지 마음에 드는 상황은 아니다. 9월 초에 미국에 와서 3개월 정도 지났다. 입사 지원을 위해 8월부터 누적으로 120곳 정도를 지원했고 헤드헌터들과도 얘기를 해봤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그나마 조금 발전한 점은 전화 인터뷰라도 몇 번 봤다는 사실이다. 구직 활동은 여전히 하고 있지만 연말이기도 하고 이전만큼 엄청 열심히 하고 있지는 않아서 그렇다는 변명을 스스로 해본다. 대신 다른 길을 찾고 있다. 책 번역 일이나 글쓰기를 보다 전문적으로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여전히 가장 좋은 옵션이라곳 생각하는 것은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고 아마 내년 초에는 구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another way를 찾아보는 것이다. 답답하고 막막하지만 현실에 주저앉아 가만히 있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 한다면 분명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에 돌아보면 내가 지금 예전의 일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별 것 아닌 일이자 내 인생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싫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눈 앞의 현실은 내가 싫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싫지만 현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 안에서 다른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잘 타고 가던 고속열차가 있었고, 그 열차를 타고 가면 쾌적하고 안전하게 끝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봤을 때, 다른 고속 열차들은 앞을 향해 잘 나아가고 있었고, 내 앞에 이미 고속열차를 타고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하지만 내 열차는 고장나서 더 이상 타고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된다. 걸어가든지, 자동차를 타고 가든지, 비행기를 타고 가든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걸어가는 길은 고속 열차를 타고 가는 길보다 느릴 수 있겠지만 더 재밌는 장소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고속 열차에서는 볼 수 없던 것들을 보고, 고속 열차로는 갈 수 없는 장소를 갈 수 있다. 비행기를 탄다면 더 빠르게 멀리 갈 수 있고 구름 위를 날아 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내 열차는 안 가는 걸까 고민하면서 앉아 있는다고 열차가 다시 가진 않는다. 가지 않는 열차에 앉아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열차에서 내려야 한다. 열차에서 내리는 것은 싫고 두렵지만 해야 되는 것이고, 열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 나중에 보면 더 좋은 대안들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이 많을 수록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여태껏 다사다난한 일을 거치면서 꽤나 단단해졌다고 생각하는데, 이작도 단단해지는 중인 것 같다. 이러다가 다이아몬드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