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튜브 광고, 인스타 광고 등의 디지털 광고의 성과는 노출이나 클릭하고 나서 특정한 기간 안에 구매가 되었는지로 측정이 된다. 얼마나 구매를 할 만한 사람에게 노출하였고, 얼마나 매력적인 콘텐츠로 광고를 노출하였는지는 클릭률 (CTR)로 집계가 되고, 구매 전환율이 얼마나 되었는지, 광고 비용 대비 매출 (ROAS)는 얼마나 나왔는지 등으로 디지털 광고의 성과를 측정하게 된다.
마테크 업계에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나오는 광고들을 나도 모르게 눈여겨 보게 되는데, 가끔 원래 내가 사려고 했던 건데 나한테 광고가 노출이 되는 걸 본다. 만약 어차피 내가 사려고 했었는데, 나한테 광고가 노출되었고, 나는 원래 계획대로 구매를 한다면 나는 해당 광고의 성과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 구매를 성과로 가져가는 것은 그냥 잘 얻어 걸려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나 같은 경우 말고, '원래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광고를 보고서 관심이 생겼고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 광고의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들을 보면서 디지털 광고의 효과와 성과 측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겪은 '얻어 걸리는 케이스들'은 다음과 같다.
(1) 광고를 보고 관심이 생겨서 구매를 할 예정이었는데 계속 보여주는 경우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 유튜브를 보다가 woobles라는 브랜드의 광고가 나왔다. 원래 손으로 하는 취미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해리포터 관련된 상품을 보여주니 홀린듯이 클릭을 하였다. (이전에 유튜브 광고에서 해리포터 지팡이 (실제로 폭죽처럼 불꽃이 터지는 버전임)를 클릭한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뒤로 나라는 사람은 해리포터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알아차려 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클릭한 상품은 이거였는데, 정말 미친듯이 귀엽다. 안타깝게도 이 상품은 Beginner+ 레벨이라서 완전 초보인 내가 할 수는 없어 보였다. (그래서 대신에 Beginner용에서 골라서 샀다. 두 개를 샀는데 하나는 완성했고 하나는 아직 완성 전이다.)
홈페이지를 가니까 가입을 하면 5달러짜리 틴 케이스를 무료로 준다고 했다. 전형적인 CRM 마케팅인데 어쩌겠는가, 나는 살 거니까 가입도 해야지. 그리고 결제를 하려는데, 신용카드의 결제 대금이 빠져나가지 않아서 바로 사용을 할 수 없었다 (미국 신용카드는 왜 바로바로 결제 처리를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 2-3일 지나면 결제 대금이 빠져나가고 결제할 수 있으니, 그러면 그 때 카드로 결제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장바구니에 놓은 채 그냥 놓고 있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내 사정을 당연히 모르겠고 그냥 장바구니 넣는 것까지 이미 마친 사람인데 왜 구매를 안 하지? 구매를 망설이고 있나보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나는 원래 구매를 할 거였고, 나에게는 유튜브에서 woobles 광고가 빈번하게 노출되었다. 리타게팅 광고였겠지. 그리고 그 광고들에 노출되면서, 결국 나는 구매를 할 건데 내 구매가 있으면 회사 내에서는 '이것 보라고,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한테 리타게팅 광고로 노출을 많이 하니까 구매를 했자나, 역시 리타게팅 광고가 짱이네'라는 해석을 하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게 아닌데도 말이다)
(2) 닫기 버튼을 눌러야 되는데 광고를 클릭하는 경우
나는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편인데,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고 그냥 퍼즐 게임이나 액션 게임 같은 걸 한다. 현질은 해본 적이 없다. 카카오페이지 캐시 충전처럼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 건 거리낌이 없는데 게임 현질은 약간 부담스러운 행동이다.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 보통 게임에서는 광고를 보면 뭔가 아이템 같은 보상을 준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광고를 클릭해서 보는데, 그 광고를 다 보고 엑스 버튼을 눌러서 광고를 끌 때 엑스 버튼이 작아서 광고를 클릭하게 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럴 때마다 '아, 또 잘못 눌렀네, 이거 광고 CTR 올려줬네'라고 생각한다. 업계 사람한테 들으니 일부러 그렇게 만든다고 한다 (이런류의 광고는 광고비가 적기 때문에 광고주도 알면서 그냥 그러려니 한다고 한다).
(3) 원래 자주 쓰고 있었는 또 보여주는 경우
한국에 있을 때 쿠팡을 꽤나 유용하게 잘 썼다. 오프라인 마트에 가려면 오가는 시간과 들고 와야 되는 노동이 만만치 않았고, 2인 식구이기 때문에 많이 먹지도 않아서 신선하게 먹으려면 자주 가야 하는데 그러려니 너무 번거로웠다. 쿠팡은 배송도 빠르고 문 앞까지 가져다 주고, 딱 필요한 것만 시켜서 먹을 수가 있어서 애용했다. 다만 내가 원래 주기적으로 사고 잘 사고 있는데, 쿠팡의 리타케팅 광고도 지나치게 많이 떴다. 굳이 띄우지 않아도 나는 쿠팡에서 샀을텐데, 과잉 타게팅이 아닌가 싶었다. 일부 유저들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해서 리타게팅을 해서 계속 우리 상품과 플랫폼을 노출해서 각인시켜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케이스는 아닌데, 왜 굳이 나한테 피로도만 높이게 계속 보여주는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 마케터들은 이런 케이스들에 대해 더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이 진짜 성과로 잡는 게 맞는 것인지 갸우뚱한 케이스도 몇몇 섞여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매출이 오르기 때문에 일단 디지털 광고를 돌리자!로 결론이 났을 거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이미 woobles에서 구매를 했고 (그래고 아직 배송 중인 상태), 저거 만드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릴 텐데, 계속 나한테 광고를 보여주니 조금 짜증스러운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만약 계속 광고가 뜬다면 유튜브 광고 설정에서 보여주지 말도록 브랜드 설정을 해버릴지도 모른다. 딱 적당하게 광고를 노출하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