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에서 적응 안 되는 것들
미국 생활이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훅훅 지나간다. 집 주변 지리도 익숙해졌고 맨해튼 지리도 익숙해졌다. 대중교통도 이제 긴장하지 않고 서울에서 2호선을 타듯이 무심하게 툭툭 탄다. 아주 뉴요커가 다 된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게 2가지가 있고, 앞으로도 적응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팁 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단위이다.
전반적으로 미국 뉴욕의 물가는 비싸다. 특히 외식 비용이 비싼데, 그냥 한국의 2배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예를 들어서, 라멘집에 가서 라멘을 하나 먹으면 한국에서는 1만5천원 정도면 먹을 수 있는데, 여기는 세금 & 팁까지 붙으면 3만원으로 줘야지 먹을 수 있다. (내가 괜히 집에서 요리 해먹는 게 아니다...)
팁은 셀프로 테이크 아웃하는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반드시 줘야 한다. 스타벅스 같은 카페에서도 팁을 주는 사람들은 주는데 나는 안 준다. 식당에 앉아서 서비스를 받았으면 그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는 느낌이다. 안 준다고 불법은 아니지만 다음에는 그 가게는 못 간다고 볼 수도 있다. 차라리 그런 비용까지 가격표에 넣으면 좋은데, 세금도 별도 팁도 별도이니 그거 계산하는 것도 조금 짜증난다.
팁은 대충 점심은 15~18% 저녁에는 18-25% 정도 주면 된다. 결제할 때 (1) 종이로 명세서를 주고 카드를 가져가서 결제하는 경우가 있고, (2) 카드 리더기를 가져와서 결제하는 경우 두 가지가 있다. (명세서를 종이로 먼저 줘서 보여준 다음에 리더기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냥 그러면 명세서를 확인하고 카드를 꺼내서 주면 리더기를 가져와서 결제를 한다.)
종이로 가져다 주면, 내가 팁 금액을 정해서 종이에 쓰면 되고, 카드 리더기 같은 경우는 화면에 팁을 몇 프로 줄 건지 선택하는 칸이 있다.
친구랑 둘이서 밥을 먹으러 가는 경우 split bill을 해달라고 하면 두 개로 나눠서 해준다. (종이도 두 개를 주고, 카드 리더기를 가져와서 하는 경우에는 금액을 두 번에 나눠서 해준다. 그래서 각자 주고 싶은 팁을 다르게 줄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단위가 다르다. 우리는 cm, m를 쓰지만 미국은 인치, 피트, 마일을 쓴다. 난 내 키가 몇 피트인지 내가 몇 파운드인지 여전히 잘 모른다. 메모장에 한 번 환산해서 써놓긴 했는데 잘 안 외워진다. 그나마 옷 사이즈나 신발 사이즈는 여러 국가 기준으로 나와 있어서 괜찮다. 특히 식재료를 살 때 어버버 하게 된다. 1파운드가 몇 그램이었더라... 아마존에서 밀가루나 설탕을 시킬 때에도 파운드로 써 있으면 한 번 다시 확인해야 된다.
화씨도 꽤나 헷갈린다. 집의 실내 온도 조절하는 장치가 화씨로 되어 있는데, 이게 잘 변환이 안 된다. 오븐 온도 설정도 화씨로 되어 있어서 항상 한 번씩 더 체크하고 설정하게 된다. 오븐은 설정하는 온도가 비슷비슷해서 (150도, 180도를 주로 많이 한다) 외우긴 했다. 좀 더 좋은 기기들은 화씨 섭씨 설정 변경하는 게 가능하다고 하는데, 우리집 실내 온도 조절 장치랑 오븐은 안 되는 것 같다. (되는 데 내가 못 찾을 걸 수도 있음...ㅎ)
화씨와 섭씨 변환 공식은 다음과 같다.
(화씨-32) × 5/9 = 섭씨
나누기 2도 아니고, 20을 뺀 다음에 반으로 나누는 것도 아니고, 요상하고 애매하다.
추가로 뭐 지하철끼리 환승 안 되는 거라든지, 지하철에 스크린 도어가 없는 거라든지도 약간은 아쉬운 부분이다. 적응이 안 될 것까지는 없고 그러려니 하고 있다. 사실 스크린 도어는 좀 있으면 좋을 것 같은게, 투신하는 사람도 종종 있고 다른 사람을 밀어서 해코지하는 범죄도 있다고 해서 안전상의 이유로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아마 안 만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