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다. 우리집 가족은 오빠를 제외하고 엄마, 아빠, 나 셋이서 안경을 쓰고 있어서, 뭔가 유전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시대와 환경의 변화로 내가 안경을 쓰는 건가 싶다. 오빠도 눈이 별로 좋지는 않은데 (대충 0.2?? 0.4?? 정도일 것이다. 정확히는 모른다. 원래 남매는 그런 것이다), 안경 쓰기 싫다고 안 쓰고 다닌다. 아마 공부할 때 쓰는 안경으로 하나는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아예 안 쓰는 것 같다 (쓸 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역시나 정확히는 모른다. 원래 남매는 그런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콘택트 렌즈를 낀 것은 대학교 입학 직전이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콘택트 렌즈를 끼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딱히 끼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다. '대학생이 되면 좀 꾸미고 다녀야 되니까 렌즈를 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생애 첫 렌즈를 끼게 되었다. 그 당시 라식 라섹 수술을 하는 친구들도 꽤 있었는데, 눈 수술을 한다는 건 좀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되어서 하지 않았다.
안경점에서 시착을 해봤을 때, 이물감을 잘 참아서 하드 렌즈로 시작을 하였다. 하드 렌즈가 뭐 더 오래 쓸 수 있고, 단백질도 덜 끼고, 산소 투과율도 높아서 눈에도 더 좋다고 했던 것 같다. 다만 이물감이 소프트 렌즈에 비해서 많이 심하다. 그리고 가격도 더 비쌌다. 어쨌든 하드 렌즈와 안경을 병행하면서 쓰다가 원데이 렌즈를 쓰게 되었다. 신세계였다. 하드렌즈를 끼다가 껴서 그런지, 진짜 눈에 낀듯 안 낀듯 너무 편했다.
다만 학생으로 돈이 넉넉치 않았기 때문에 비싼 렌즈를 턱턱 살 수는 없었다. 난 대학생 때 수험 공부를 하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과외를 해서 용돈을 벌어 썼는데, 대충 한 달에 40만원 내외로 썼던 것 같다.
브랜드와 제품마다 다르지만 대충 30개짜리 한 팩이 4만5천원이다. 그러면 한 개에 1500원인데, 눈이 두 개니까 3000원인 것이다.
요즘은 대용량으로 렌즈를 싸게 파는 안경점들이 생겨서 90팩짜리 원데이가 4만5천원이라서, 한 개에 500원이고 양쪽으로 끼면 1000원이다.
만약에 그 당시에 내가 매일매일 원데이 렌즈를 꼈다면, 하루에 3천원씩 30일이면 9만원이 렌즈 값으로 나가는 것이다. 40만원 기준으로 22.5%라는 큰 비중이다. 학식이 대충 3천원 정도였는데, 30일을 먹을 수 있는 금액인 것이다. 물론 나는 매일 렌즈를 끼지는 않았고, 학교에서 수업을 듣거나 공부를 할 때에는 안경을 썼다. 왜냐하면 아무리 원데이 렌즈라고 해도 눈에 닿는 것이니 안경 보다는 편하지는 않고 계속 끼고 있으면 불편해지기 마련이었다. 친구들과 놀러 갈 때라든지 데이트를 할 때 렌즈를 꼈는데, 대충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꼈던 것 같다. 한 번 끼면 2-3시간 정도만 끼는 날도 있어서 솔직히 집에 와서 버리기가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집에 와서 렌즈를 세척하고 렌즈통에 고이 넣어 둔 다음에 한 번 더 꼈다. (사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원데이 렌즈는 렌즈가 얇고 하루만 사용하는 용도로 만들어 졌기 때문에 단백질이 더 잘 낀다고 한다. (차라리 여러 번 쓸 거면 일주일 렌즈나 이주용 렌즈를 끼는 게 맞다)
하지만 뭐 젊기도 했고 눈에도 뭐 크게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그냥 그렇게 꼈다.
나이가 먹고 렌즈를 점점 더 안 끼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진짜 원데이를 원데이로만 쓰게 되었다. 하루에 1-2시간만 써도 그냥 버렸다. 물론 대학생일 때보다 금전적으로 더 여유로워져서 원데이를 원데이로만 쓸 수 있게 된 것도 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예전보다 렌즈를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된 이유도 있다. 하루에 1천원은 뭐 못 쓸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원데이를 진짜 원데이로만 쓰니까 확실히 눈에 끼던 물눈꼽도 적고, 안구 건강도 훨씬 좋아진 느낌이다. (눈화장을 잘 안해서 눈에 부담이 안 가는 이유도 있을 수도 있다.)
역시 원데이로 나온 것은 원데이로 써야되는 것이었다.
안구 관련해서 내가 애용하는 제품으로 "아이봉"이 있다. 예전에는 더 자주 썼던 것 같은데, 요즘은 가끔만 쓰고 있다. 하늘색이 있고 분홍색이 있는데, 하늘색은 그냥 맹맹한 거고, 분홍색은 조금 더 눈이 시원하다. 처음에는 하늘색을 썼는데 최근에는 분홍색만 쓴다. 쓰고 나면 뭔가 작은 이물질 같은 게 나오는 경우도 있고, 그냥 기분적으로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약국마다 가격은 다른데 대충 1만4천원~1만5천원 정도 한다.
렌즈 관련 얘기를 하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너는 라식이나 라섹은 안해?"인데, 예전부터 별로 할 생각이 없다. 한창 외모에 신경 쓸 시기에는 렌즈 값도 아깝고 렌즈 끼는 것도 귀찮아서 알아봤었는데, 시력도 안 좋은 편이고 (렌즈 기준으로 왼쪽 -5.5 오른쪽 -4.75이다), 수술 하고 나서 다시 눈이 나빠지는 경우도 봐서 '그냥 하지 말지 뭐'라는 결론을 냈다. 만약 내가 매일 렌즈를 끼는 사람이었으면 귀찮아서라도 수술을 했을 수 있는데, 평소에는 안경을 주로 써서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이미 30대 중반이 되어버려서 곧 40대가 될텐데, 40대부터는 노안이 시작이라서 라식 라섹을 해도 별로라는 얘기도 들었다. 하려면 진즉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