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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를 다 버렸다

식재료 관리는 어렵다

by 유 매니저

아보카도는 후숙 과일이다. 상온에서 보관하다가 말랑해지면 까서 먹으면 되는 과일이라는 말이다. 사실 나는 아보카도를 좋아하지 않는다. 외식을 할 때 아보카도가 들어있으면 빼서 먹거나 하지는 않지만, 아보카도 특유의 그 느끼함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한 번도 내가 아보카도를 사서 먹은 적은 없다.


그런데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다가 아보카도를 발견했다. 아보카도 자체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과카몰리를 나초에 얹어서 먹는 건 좋아한다. 그래서 '아보카도를 사서 과카몰리를 만들어 먹어볼까?!'라는 마음으로 아보카도를 샀다. 5-6개가 들어있었고 이미 후숙도 다 된 말랑한 상태였다. 집에 와서 다른 걸 우선적으로 해먹다보니 아보카도는 일주일 정도 방치가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아보카도를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아보카도를 봤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겉껍질에 곰팡이가 폈고, 엄청 물러졌다. 혹시나 살릴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어 반을 갈라서 살펴봤지만 속도 쪼그라들고 갈색으로 변해있었다. 누가 봐도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혹시나 싶어 유튜브로 '아보카도 곰팡이' 같은 검색어로 찾아봤는데, 결국 버리는 게 답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뒤로 아보카도를 사려는 생각은 사라졌다. 나초에 얹어서 먹는 건 집에서 만든 토마토 살사나 마요네즈 갈릭 소스로 충분하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사실 식재료를 버린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리고 몇 번의 낭비 끝에 식재료 관리법을 터득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먹을 만큼 사서 싱싱할 때 빠르게 먹고, 다시 장을 보는 법인데, 요리를 몇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양파


결혼하고 몇 달 안 되서 버린 식재료가 바로 "양파"였다. 양파는 기본적으로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서 실온 보관을 하는 것인데, 그 당시 신혼집은 별로 서늘한 곳이 없었다. 양파를 한 망을 사서 대충 8-10개가 있었는데, 초반에는 별 이상 없이 먹었다. 다만 그 당시에는 집에서 요리를 해먹을 일이 별로 없어서, 양파 소비 속도가 현저히 느렸고, 결국 마지막 3-4개의 양파는 물러서 곰팡이가 핀 상태가 되버렸다.


그 뒤로는 무조건 겉껍질만 까고 (위아래는 온전히 남긴 다음), 랩으로 감싸서 지퍼백에 넣어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이렇게 하면 진짜 한두달은 거뜬하게 신선하다.


(아래 영상에서는 키친타올로 감싸는데, 나는 그냥 랩으로 감싼다)

https://www.youtube.com/shorts/onC-uzHPtow



마늘


깐마늘을 좀 많이 구매하게 되면 빨리 다 못 먹게 되는데,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뭔가 하얗게 곰팡이가 피게 된다. 키친 타올을 깔고서 보관하면 낫다고 하는데, 깐마늘을 사게 되면 최대한 그냥 다진 마늘로 만들어서 냉동 보관을 한다. 통마늘이나 편마늘 넣으라는 레시피에는 그냥 다진 마늘을 넣는다. 한국에서 살 때에는 쿠팡에서 다진마늘 냉동된 걸 샀는데, 여기는 한인마트에서도 딱히 잘 안 파는 거 같고, 알아보니까 마트에서 파는 냉동 다진 마늘은 마늘 100%인 경우가 거의 없고 생강이나 뭐 다른 것도 같이 갈아서 얼린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직접 다져서 얼리는 걸 선택하고 있다. 수동 야채 다지기 작은 거 사 놓은 걸로 갈아서 넣는다. 냉동 보관할 때는 아래 영상처럼 지퍼백에 넣고 칼등으로 모양 낸 다음에 얼린다. 영상에서는 칼날로 하는데, 나는 그냥 칼등이나 뒤집개 같은 걸 이용해서 자국을 낸다. 다진 마늘을 얼려 놓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https://www.youtube.com/shorts/PCnbEC9waqY



바나나


바나나도 후숙 과일이다. 하지만 아보카도와 마찬가지로 후숙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계속 냅두면 진짜 갈색 반점이 아니라 바나나가 갈색이 된다. 바나나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남편도 열심히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한 번 사면 애매한데, 바나나가 식이섬유도 있고 장에도 좋고 그래서 가끔 먹으면 좋은 것 같아서 아예 안 사지는 않는다. 몇 번 애매하게 남아서 버리고 나서는 아예 냉장으로 보관하는 것도 시도해 봤는데, 역시나 별로여서 버렸고, 잘 익은 뒤에 그냥 알맹이를 꺼내서 냉동실에 넣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렇게 얼려 놓으면 나중에 꺼내서 먹으면 약간 아이스크림 먹는 느낌도 나고 좋다. (역시 냉동실이 최고다...!)





* 참고로 아보카도는 인간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한다. (유튜브 좀 웃겼음)

아보카도에 독성이 있는데 보통의 동물들은 그 독성을 분해하는 능력이 없어서 먹으면 안 되고, 인간만이 그 독성을 분해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https://youtube.com/shorts/ovQGWpTsx4s?si=5ak1sjPoXEwYAbQ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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