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듣고 나면

by 프시케






어렸을 때,

동네에 말을 험하게 하는 아줌마가 있었다.

아줌마의 말이 너무 거칠어서
나도 모르게 아줌마를 보면 피해 다니곤 했고,

아줌마의 딸인 진희 언니를 볼 때면
왠지 모를 그늘이 느껴지곤 했었다.

​어느 날 아줌마가 우리 집에 놀러 오셨고,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인사만 하고 멀찍이 떨어져서
아줌마가 엄마와 마주 앉아

하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아줌마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춥잖아.
그래서 진희가 자기 전에

침대에 잠깐 누워서 자리를 데워놔.
그러면 진희가 씻고 왔을 때 따뜻하게 자라고..”

아줌마의 말투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 건 아닌데

그 얘기를 들었을 때와
그 얘기를 듣지 못했을 때,


내가 아줌마를 보는 마음도,
진희 언니를 보는 마음도

전혀 달라졌다.

아줌마가 거칠게만 느껴지지도 않았고,
언니의 얼굴에서 느껴지던 그늘도 사라졌다.


​이 다름을 통해
나는 삶의 어떤 다른 겹을 알게 된 것 같았다.

말은 거칠고 뜨겁고 뾰족해도
마음에는 다정과 정다움이 가득 차 있을 수 있음을,
화를 내는 사람이라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님을,






딸의 침대에 누워,
자신의 온기로 자리를 데워놓는
아줌마의 모습을 상상하며 배웠다.
거칠고 뜨거운 겉모습 밑에 담긴
따스함과 다정의 마음을.




진짜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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