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준다. 안긴다.
품 안의 대화 Long Hug
길을 걷다가 안나를 만났다.
키가 크고 하얗고 동그란 얼굴
밝은 색 히잡을 쓴 안나.
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녀는 먼저 인사를 하며 다가왔었다.
아이 셋을 데리고 한국에서 영국에 왔단 말에
바로 어깨를 쓸어주고 손을 잡아주며
정말 힘들 텐데 표정이 참 좋다, 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그 모습이 너무 따스해서
괜히 울컥한 것이 그녀와의 첫 만남.
그 후 그녀는 어쩌다 거리에서 만날 때마다
따스하게 안아주며 양볼에 키스를 하는
프랑스식 인사를 해주었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좋은 말을 해주고
서로의 안녕을 기원해주는 사이.
친밀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따스한 사이.
언젠가 커피 한잔 하자며
번호도 주고받았지만
그녀는 아이가 여섯,
나는 아이가 여전히 많은 셋.
우리의 약속은
일 년이 가도록 성사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사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안나는 오늘따라 아주 오래 안아주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오래 안겨있으며
서로의 문장들을 채워주며
그렇게 서로의 마음도 채워주었다.
너도 그동안 힘들었지,
아이들 키우는 게 보통일이 아니지,
힘들겠다 어렵겠다, 고
마음을 알아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어도,
또 아이를 키워나가는 일이
보람도 있고 의미도 있는 일인 거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해도,
때로는 그저
'힘들다'는 말 한마디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그런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또 썰물처럼 지나가기도 하지.
잠시 동안 서로의 문장들을 채워가며
마음들을 나누고 나니
그 짧고도 긴 품 안의 대화 long hug가
다시 나를 채워준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가벼웠다.
하루하루는 잘 안 가는데
일 년은 훌쩍 지나가고,
아이들은 어느 순간
훌쩍 커있다.
육아를 하는 동안 나는
무거워졌다
가벼워지고
비워졌다가
채워지게 되는데
그렇게
혼자였다가
결국엔
함께 막강해진다.
안아주며
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