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백 권의 책을 읽는 동안,
남편은 한 권의 책을 백번 읽는다.
내가 알기로 그는
지난 몇 년간 두 권의 책만 매일 읽었다.
<앎의 나무>와 <있음에서 함으로>
앎의 나무/움베르또 마뚜라나, 프란시스코 바렐라/출판갈무리/2013.11.13.
있음에서 함으로/움베르또마뚜라나/출판갈무리/2006.04.22.
그는 이 책들을 읽고 또 읽는다.
한국어 버전, 영어 버전을 번갈아 가며,,,
스페인어를 전혀 못하면서도
스페인어 버전을 구했을 때,
기뻐하는 그에게 물었었다.
“한 권의 책을 100번 넘게 읽으면
남는 생각은 어떤 건가요?”
그는 곰곰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한 가지예요.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
정답이 없으니까 오답도 없다는 것.
아마도 나는
나만 정답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에,
정답을 찾겠다는 집착에,
나 자신을 오래 괴롭혀왔던 것 같아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이 생각이 계속 도전을 받게 되지만
그래서 읽고 또 읽다 보니
이제는 이 생각의 힘을
내 생활에 더 적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자기 내면의 관성을 극복하기 위해,
외부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온 것이다.
내가 100권의 책을 읽으면서
도달하게 되는 생각이나
그가 한 권의 책을 100번 읽으면서
도달하게 되는 생각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해보게 되었었다.
100권의 책을 읽는 것도
100명의 현자를 만나는 것도
100번의 대화를 하는 것도
결국 자기 내면 깊은 곳에 있는 화두에 대한
하나의 목소리를 찾는 길일 지도 몰랐다.
100개의 강물이 하나의 바다로 향하듯
우리가 다른 지점에서 출발해서
다른 길을 취하고
다른 방식으로 흐르기를 선택하더라도
결국 우리 마음은 한 곳에서 만난다.
정답이 없다는 그 정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