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남편이 다른 나라로 3일간 출장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본래도 주중에는 볼 수 없는 남편이었지만 치안이 허술한 곳에서 아이들 셋을 데리고 외국의 어느 한 집에 있다고 생각하면 사방에 어둠이 내리듯 마음에도 어둠이 내리는듯했다. "도둑이나 강도가 쳐들어오면 어쩌지?" 아이들을 재울 즈음에는 이런 생각이 내 마음에 잘 움트고 나는 무서워지곤 했다. '도둑이나 강도가 오기로 한다면 왜 9시 10시에 쳐들어오겠는가, 모두 한참 잠들어 있는 더 깊은 한밤중에 찾아오겠지.' 혼자 중얼거리며 무서움을 밀어내려 하는데 마음은 여전히 그 실체 없는 어둠의 감각과 싸우는 중이다. 그 날엔 아이가 아파서 기침이 심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더 두렵기도 했다. '갑자기 상황이 악화돼서 응급실에라도 데려가야 하면 어쩌지?' 그리고 그날 나에게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으니 낮에 지나가듯 한 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길을 가다 마주친 한국 분께 말했었다. "오늘부터 아이들 아빠가 출장인데 아이가 기침이 심해요 밤에 안 좋아지면 어쩌나 싶네요." 한낮의 이야기에 깊은 걱정이 끼어있지 않았다. 나는 그냥 하는 말이었는데 그분은 그냥 흘려듣지 않으셨다. '오 그럼 언제든 전화하세요. 바로 응급실에 데려다 드릴게요.' 그럴 일은 0.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이 내 마음속 생각 기차에 기름을 붓는 그런 때, 이 목소리는 가장 중요하고 묵직한 목소리가 되기도 한다. '오 그럼 언제든 전화하세요.' 정 안되면 대책이 있다는 것, 누를 수 있는 번호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차이. 0.1 퍼센트도 안 되는 가능성에 휘말려 마음이 어지러웠다가 또 0.1퍼센트도 안 되는 가능성에 손잡아 주는 이야기에 마음은 다시 일어난다. '오 그러면 내가 있어요. 걱정말아요.' 가 울려 퍼지는 밤. 그런 밤을 지나 새벽이 되고 어둠의 사위가 걷히고 햇살이 번지는 마당에서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또 하루를 잘 지나갈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