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가 명확하지 않은 촬영엔 끝이 없다.
무려 전제품 썸네일 촬영을 3번이나 다시 찍었다.
말 그대로 '전제품' 촬영이기 때문에 아까운 전제품을 3번이나 출고시켜야 했다.
* 촬영 제품은 손이나 도구를 활용하여 제형을 만들기 때문에 촬영 이후에 제품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전제품 제형을 하나하나 만드는 행위를 3번, 제품을 하나하나 정 가운데 위치시켜 수십 개의 제품을 촬영하는 행위를 3번이나 반복한 것이다.
3번이나 다시 찍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였다.
첫 번째 문제는 배경이었다.
제품의 제형 컬러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제품의 컬러에 따라 아크릴 컬러를 달리하여 촬영해 보자는 제안을 받고 촬영을 진행했었다. 문제는 아크릴 컬러가 너무나 화려했다는 점이다.
사용이 불가한 촬영물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보여줄 수 없지만, 아크릴 컬러 채도가 너무 강하여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에 벗어난다는 문제였다.
재촬영을 위해서 아크릴을 모두 새로 제작해야 했다.
새로 제작한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컬러가 다시 제작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지난번에 아크릴을 제작할 때 또한 팬톤 컬러를 모두 우리가 선택하여 제작한 것이었으나,
직접 감리를 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예상한 컬러와는 다른 컬러가 제작된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크릴 제작에 감리를 가기로 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염색한 이 아크릴들이 어떻게 보일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일단 우리가 추구하는 느낌에 맞추어 염색을 진행하여 원하던 컬러의 아크릴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제작한 아크릴과 함께 두 번째 촬영을 진행하였다.
두 번째 촬영은 대표님께 전달받은 예시이미지 하나로 (촬영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촬영에 들어가게 되었다. 원하는 이미지의 명확한 니즈를 모르다 보니 촬영 세팅에 명확한 디렉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촬영 결과물도 불분명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촬영팀은 계속해서 내게 어떤 부분에 수정이 필요하냐, 이대로 촬영해도 괜찮겠느냐 물어보았지만,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내가 그나마 믿고 있었던 부분은 촬영팀과 이미 진행했었던 촬영 세팅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배경 아크릴 컬러만 변경하는 방식으로 촬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촬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에 촬영을 담당했던 촬영 감독님의 부재로 다른 감독님이 촬영을 담당하셨고,
그래서 같은 세팅인지 다른 세팅일지 알 수 없는 촬영을 찜찜한 마음으로 완료하게 되었다.
두 번째 촬영본은 원했던 세팅값이 아닌 세팅으로 촬영되어 폐기하게 되었다.
두 번의 실패 끝으로 세 번째 재촬영을 진행하게 되었다.
재촬영의 재촬영의 재촬영이라는 것이 지난 촬영에 쏟은 에너지와 시간, 돈 모든 게 무색해지고 촬영을 진행하는 인원들의 힘을 빠지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촬영이 세 번이나 다시 진행하게 된 데엔 아무래도 디렉터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하였고 그냥 도망치고 싶었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초년생인 내게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부담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해야만 하는 일인 것을..
촬영팀과 보다 진중한 얘기를 나누었고, 다음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에서 서로 더욱 투명하게 소통하기로 약속하고 세 번째 촬영을 진행하였고, 이날의 촬영물로 전제품 썸네일을 일괄 변경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겪고 난 후 같은 일을 두세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업무의 편의를 위해 촬영에 대한 나의 태도는 사뭇 달라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