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보다 멈추고, 보다 기다리고, 보다 포기하고. 그렇게 꽤나 많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던 빅뱅이론의 마지막 장면을 드디어 마주했다. 처음부터 마지막화까지 달려보겠다던 다짐보단 생각보다 천천히, 띄엄띄엄.
시즌이 긴 미드를 보다 보면 사실 비슷한 포맷이 반복되어 시즌 4~5쯤 되면 질려서 하차 아닌 하차를 하곤 했다. 그럼 다른 신선한 걸 찾아 방황하다 다시 돌아오고 다시 떠나는 수순이었다. 그러다 마음 다잡고 오기로 의리로 몇 날 며칠을 달렸던 미드가 ‘How I met your mother’이었다. 무려 시즌이 9개나 되는 이 미드를 끝냈을 땐 여운이나 개운함보다 이러려고 여태 끌었나, 라는 허탈감이 더 컸다.
그래서 이렇게 긴 시즌을 또 시작해서 끝을 본다는 게 어쩌면 두렵기도 했다. 알고 지낸 긴 시간이 주는 기대감, 그에 따른 실망감으로 너무 좋아했던 작품이 퇴색될까 봐.
사실 마지막화보다 바로 전 화에서 오히려 멈칫했다. 넷플릭스에서 항상 도입부에 줄거리가 나오거나 오프닝 음악이 나올 때 건너뛰기 버튼이 나오는데 전 화에선 나오지 않았다. 왜 안 나오지 하며 넘기기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첫 만남부터 예전 장면들이 사라락 흘러나왔다. 너무 앳된 배우들의 모습. 내가 대학생 때 처음 본 그 모습. 그 모습이 왜 그렇게 먹먹했을까. 눈을 떼지 못한 채 뚫어져라 화면만 바라보았다. 배우들의 지나온 시간만큼 내 시간도 지났구나.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지났구나.
마지막, 항상 오프닝에 등장하던 거실에 모두 모여 앉은 모습이 나오면서 오프닝 음악이 다른 버전으로 깔린다. 그전에 나온 쉘든의 성장을 보여주는 대사나 상황들보다도 그럼에도 변함없이, 같은 자리 같은 모습으로 끝나는 순간이 더 와 닿았다. 이런저런 일에도 계속되는 우리의 일상을 보는 것 같아서. 그리고 오히려 그 모습이 끝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그렇게 끝을 본 순간, '내가 이 끝을 보는구나'라는 마음과 함께 내 지나온 시간들이 실감됐다. 학생 때 처음 보기 시작해서 그런 건지 지난 시절의 마지막 장이 넘어간 느낌이었다. 앨범의 마지막 장을 덮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