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고통 없는 사회에 얽힌 기억
한병철에 대해 소개하려는 게 아니다. 책을 소개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는 주절대려는 것이다. 2010년대 대학생치고 한병철의 저서들을 읽지 않았거나 접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 그의 저서 <피로사회>는 서로 돌려 읽거나 독서를 권유하고, 선물까지 하는 매개가 됐다.
팬데믹 시기에 한병철은 더욱 각광받았다. <고통 없는 사회>는 고통을 거부하는 밀어내려는 시민이 오히려 행복에 마취되어 삶을 대가로 좋은 삶을 잃게 된다는 역설을 펼친 '진통사회'와 그 과정에서 고통으로 시민을 생명정치적 감시권력으로 규율하려는 시도가 어떻게 나타내는지 그린다. 펜데믹 시기, '건강'과 '건강정책'을 공부하던 우리에게 그의 저서는 푸코, 아감벤보다 맨 앞순위에서 떠받들어졌다.(그건 얇아서 일수도 있으나 결코 만만치 않은 밀도다.)
그의 철학은 산문으로 풀어나가지만, 그의 산문은 정치한 논리를 끊임없이 밀고 나가는 매력이 있다. 철학보다 철학적 산문으로 보이는 그의 문장은 단호하지만 공감을 이끌어내고, 날카롭고 해박하지만 마지막 온기가 남아있다. 사회비평이자 철학서로 입문하기도 친절한 문장이다. 현대 사회의 규율 권력을 읽고 싶은 분들께, 한병철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