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사람인가요

후배들의 똑똑한 처세술

by 이쁜한개
저 4일 휴가 다녀오겠습니다.


우리 사무실 후배의 선언.


후배가 갑자기 이야기 한다. 휴가를 4일동안 다녀오겠노라고.


근데 갑자기?..음


이러면 나는 또 꼰대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일도 휴가도 똑똑하게 뭐든 잘한다.


일도 잘하는데 노는것도 잘한다.



나는 휴가를 잘 쓰지 못한다.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가는데,


내가 없으면 선후배에게 일을 미루는것 같아서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없다고 일이 돌아가지 않는것도 아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아. 상사는 내가 없으면 불편할수도 있겠다.)



휴가를 4일동안 가게 된 후배에게 꼰대처럼 또 묻는다.


어디가는지 물어봐두 돼?


아, 저 혼자서 라오스 갑니다. 사진기 하나 들고가서 실컷 찍고 싶은 사진 찍고 쉬다가 오려구요.


혼자서 라오스에 사진찍으러 간다니.


내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결정한 그 후배가 참 멋져보인다.


나도 젊었을때는 내가 하고 싶은것들을 많이 하고 다녔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사회의 눈치도 보게되고 점점 소심해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나보다.





이 후배는 회사에 불만이 많다.


입사직후 몇년동안 인사관리부서에서 일했는데 그때 회사 내부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디 좋은일만 있었을까. 좋은일보다 좋지 않은 일들 해결하러 다닌다고 바빴을거다.


불만이 점점 늘어났을수 밖에.



인사 관리부서에서 후배의 이런 낌새를 알게되고서


다른 부서로 내팽겨쳐진 케이스였다.



후배는 점점 더 삐딱선을 탈수밖에 없었다.



급여에 대한 불만으로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던 후배는 회사편이 아니다.


오로지 직원의 편이다.


직원들의 고충이 있으면 무엇이든 들어서 본인이 해결해 주려고 노력한다.


이번 노조 위원의 수족이 되었으니 반대급부의 끝판왕이라고 볼수 있겠다.



나는 회사가 잘 되려면 직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성과급 이슈가 된 SK 하이닉스를 보아도 그렇다.


열심히 해주는 직원들이 있었기에 회사가 성과를 낼수 있었고, 직원들에게 추가 성과급을 줄수 있었던 것이다.



그거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고민하지 마십시오.



후배가 잘 하는 말이다. 모든 일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일 하면서 고민없이 어떻게 일하는지 묻고 싶기도 하다.






나도 휴가내고 쉬고싶다.


좀 쉬면서 스트레스도 덜 받고 싶다.


중견 과장이 되니 해야 할 일들은 물밀듯이 밀려들어오고


아무리 퍼내어도 쌓여있는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



버겁고 버겁고 또 버겁다.



후배들의 자신감 있는 모습들을 나도 배우고 싶다.


점점 상사의 눈치를 더 보게 되고


말을 해서 해결하거나 방법을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말을 하지 않고 그냥 따라가는것이 편안함이 되는


이런 내가 점점 초라해지는 때가 생긴다.



"이건 말입니다. 이렇게 해야~", "이건 아닌것 같아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내가 예전에 자주 했던 말들이다.


사는게 바쁘고 아무리 애를 써보아도 바뀌는 것이 없으니


그냥 인정하는것이 가장 쉽고 편안해지는것 같다.



편한것만 추구하고 살다보면 도태되는데 말이다.



후배들이 멋지고 부럽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 부럽다.


내 마음은 저 앞에 가있는데


지금 자리 그대로가 익숙해지는 내가 아쉽다.



'지금 그대로가 좋다' 라는 말과


'도전하는 자가 아름답다' 라는 말 사이에서


나는 어디쯤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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