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ais Ku Dec 15. 2023

해외에서 여권 분실하면 생기는 일

어쩌다 한달살기 후 여권 재발급하려다가 다시 찾은 이야기

교토 한 달 살기가 다음 주 중에 끝납니다. 어쩌다 후쿠오카 2박 3일 항공권이 교토에서 한 달 살기까지 하게 되었는지 아나이스 교토한달살기 연재를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교토 혹은 일본 한 달 살기가 다음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면서 조회수가 평소와 다른 2000명 정도를 찍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여전히 없습니다. 다시금 평균의 조회수로 돌아갔고, 여전히 노출되는 검색어는 해외 한 달 살기로 발리 혹은 치앙마이가 검색되고만 있나 봅니다. 그리고 키워드로 넷플릭스 추천작 정도인데






어제 한국어 레슨을 마지막으로 일본인 가방 장인 학생 분에게 해드리면서 아, 이제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하는 실감을 했습니다. 마음이 바빠졌지만 여전히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남았다거나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없어서 그냥 늘 도는 곳을 돌다가 아. 여권 재발급할 시기가 왔구나. 오사카로 갈까? 고베로 갈까?







교토는 이름의 명성과 다르게 영사관도 없고, 공항도 없습니다. 오사카, 고베는 국내선도 탈 수 있거든요.


여하튼 애정해마지 않는 고베에 가서 분실한 여권에 대한 재발급을 하기 직전 영사관 앞 이쿠타신사 옆

아주 작은 코반 _ 파출소에 가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묻기로 합니다.


" 규슈 지역에서 여권을 분실했는데 혹시 한번 더 물어봐주실 수 있습니까? 아마도 없을 테지만. "


고베주한대한민국 영사관에 emergency용 재발급하러 왔는데 서류 중에 분실신고확인서를 경찰서에서 받아 오라고 하던데 사세보에서 따로 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나요? 했더니


분실 신고를 한 사세보 파출소에 전화를 하더니 알겠다고 하고 기다립니다. 확인해 주겠다고. 저는 괜히 고베까지 와서 왜 시간낭비를 하지? 그냥 영사관에나 얼른 가야지. 그런데 이 코반에서도 분실신청확인서를 해줄 수 없으니 근처 경찰서에 가야 한다고.


그래도 확인만 한번 더 해달라고 코반에서 일하시는 분에게 요청드리니 알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뭔가 분위기가 바뀐 게 느껴집니다.

거기 아니 다른 지역에 있다고요? 찾은 거 같다고.. 


사세보가 아니라서 연락이 늦었다고. 찾은 건 확실한데 다시 전화해 주겠다고 하는 겁니다.


정말 영사관에 가서 엄한 증명사진 찍고 6000엔 넘는 돈을 낼 뻔하다가 급 기분이 좋아집니다.

( 증명사진 여분도 항상 여행할 때 가지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근데 그거도 이번에 안 가져오고 ㅠㅠ )


여권을 다시 만드는 과정도 싫지만

그동안 나의 여행 기록이 사라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내내 어떻게 하지? 아닌가?

새로운 블루 여권이 나왔으니 얼른 재발급받으라고 잃어버리게 한 건가?







실은 별생각을 다했습니다. 동경에서 만난 가족들은 어이없어하고 매번 지니고 다녀야지. 하면서 혀를 끌끌

차고 나만 tax free도 못 받는구나. 하고 잠깐 슬펐는데. 이미 짐이 많아서 더 살 수도 없어. 하다가도


" 그래 나의 무라사키 커버가 씌워진 여권이 나를 도망갈 리가 없지."

했지만. 부끄럽게도 여권 없이 한 달 살기를 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권 없이 지낸 교토 한 달 살기.

아니 여권이 돌아오기를 내내 기다리면서 지낸 교토한달생활기


그러니까 제가 여권을 분실했다고 인지한 건 사세보였고, 아마도 하우스텐보스라고 여겨서 머물려고 한

니코호텔에 전화했지만 분명히 없다고 했습니다. 교토 와서도 전화를 했지만 없다고 했는데 사세보 모 호텔 이후 여권을 꺼낸 건 하우스텐보스 그때뿐이라 여겼지만 그들이 없다고 잡아떼니까.





그리고 아주 잠깐 하우스텐보스역에서 배낭을 역 플랫폼에 5분 정도 방치했을까요? 화장실 다녀오느라.

그냥 일본 사람들은 남의 물건에 잘 손대지 않으니까 하면서 지갑이 든 가방만 들고 다녀왔거든요.


나중에야 그 모든 행동들이 작은 나비효과처럼 나에게 이런 경고를 주는구나. 오키나와에서도 한번 잃어버린 후 찾은 거처럼. 멍청하게 기다려도 이번에는 돌아오지 않는구나 했는데.







고베영사관 앞 이쿠타 신사 옆 코반에서 나의 무라사키( 보라색 ) 커버가 씌워진 그리고 체크카드가 함께 들어

있는 여권이 하우스텐보스 경찰서에 있다고 알려주는 겁니다. ( 함께 분실 신고된 버스 티켓은 없다고.)

제가 후쿠오카로 다시 간다고 해도 하우스텐보스까지 가는 건 무리가 있어서 말씀드리니 교토 머무는 곳으로

착불로 보내주겠다고 하는 경찰서 분.


그냥 기분이 이런 작은 해프닝으로 달라집니다.

고베에 와서 물어서 이렇게 된 걸까? 왜 교토 숙소 근처에서 한 번 물어보지 않고 그냥 고베로 온 거지?

그거와 관계없이 고베, 나라도 출국 전에 한두 번 오려고 했지만 내내 교토에 붙박이처럼 있다 보니

교토진의 차가 아니면 자전거로만 내내 다니게 돼서 마음먹고 일찍 일어난 김에 고베 온 건데 이렇게

기쁜 소식을 이곳에서 소식을 듣게 되다니. 고베가 행운을 물어다준건가? 별생각을 다합니다.






내친김에 고베에 딱 한 분 아는 분.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클럽하우스로 목소리만 아는 분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고베에 왔다가 인사드린다고 하니. 그분은 차나 한잔하자고. 바로 제가 있는 곳 근처로 슝~ 하고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셔서 고베에만 있는 거로 아는 오랜 전통의 니시무라 커피에서 비엔나커피도 사주십니다.


그러면서 늘 사진이나 글은 보고 있었지만 이렇게 만나서 반갑고 자신도 여행을 좋아하고 오사카사람이지만

조용한 고베의 산속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입니다.


모르는 이지만, SNS 통해서 어머니가 최근에 돌아가셨다는 거.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셔서 항상 좋은 시티팝이나 오래된 J pop 틀어주셔서 자주 듣고는 했던 그 시절

클럽하우스가 떠오르면서 언제고 부산에 오시면 또 보자고 그리고 둘 다 영화를 좋아하니 언젠가 영화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고. 이상한 두 사람이 만나서 아주 어색한 포즈로 니시무라 커피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대화 중에 자신도 저처럼 미술관 투어를 좋아하신다며 몇몇 미술관을 추천해 주시고.

오래된 흔적을 가진 마을이나 상점가_ 쇼텐가를 좋아하신다며 동경 오다이바 다이버시티에 있는 건담이나 후쿠오카 라라포트의 건담처럼 이곳 고베에도

철인 28호가 있다고 알려주시기에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늘 걷던 모토마치나 메리켄 파크 걸어야지 하다가 지하철 타고 보러 다녀옵니다.







다녀오니 어느새 선셋이 시작되고. 고베에도 오면 동경( 신주쿠 도초마에 가서도 이번에 낮에 한번 밤에 한번 올라가서 전망을 보고 왔답니다. )처럼 시청 전망대 올라가서 선셋을 보며 고베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저 멀리 메리켄 파크에 관람차에 불이 들어오고 수년 전 누군가와 함께 했던 시간을 잠시 떠올렸을까요?






고베규 든 와규든 먹고 돌아가야지 하고선 산노미야역 근처 스테이크랜드 고베관으로 가서 와규 세트 하나

시켜서 먹고 다시 교토로 돌아옵니다. 팟캐스트도 미리 담아갔고, 혹시 몰라서 영상 보려고 갤럭시탭도

챙겨갔지만 뭔가 내내 지루해하며 교토로 돌아오는데 오기가 싫었습니다.


뭔가 차이나타운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다가 아직 며칠 더 있으니 또 와도 되니까 하면서 교토에 와서

역 근처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니조성 근처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뭔가 자전거를 타면 이곳 현지 사람이

다 된 거처럼 여겨져서 기분이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여행자 보다 뭔가 생활인 같아서.



뭔가 혼자 영화 한 편 찍은 듯한 느낌마저 들던 고베에서의 하루.

다음날 우편으로 착불로 돌아온 내 여권 * 착불비로 1060엔 지불했습니다.


당시에 없어진 건 여권과 사세보에서 후쿠오카 돌아가는 버스표였는데 어찌어찌 무사히 버스는 다시 타고

하카타로 돌아갈 수 있었고, 이렇게 히로시마를 거쳐서 교토에서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친구는 너는 상당히 독립적이고, 여권을 잃어버렸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거 같아.라고 말했지만

실은 좀 내내 신경 쓰였고, 뭔가 자신이 하찮게 여겨지고 칠칠치 못하게 여겨졌습니다.

이번 여행 중에 잃어버린 물건이 꽤 많습니다. 아이폰용 이어폰이며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샀던 오렌지색 머플러가 자전거 타면서 날아가버린지도 모른 채로 달리고.

근데 스스로 마인드셋을 하지 않으면 여행 내내 우울하게 지낼 수도 없고 그렇잖아요.


정말 영사관에 가서 사진도 찍고 수수료도 내고 오늘 안된다면 또 오지 뭐 이러면서도 고베로 간 건

고베를 좋아해서였는데 잘했습니다. 오사카는 며칠 뒤 귀국할 때 또 가야 해서 동선 상으로는 오사카

영사관을 찾는 게 맞는 거였지만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고베를 한 번 더 가고 싶은 마음이었던 거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찾아서 다 오케이인 거처럼 여겨집니다만. 혹시 누군가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말해드리고 싶은 건 그냥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 그거로 마음 다치치 않고 그냥 여정을 그대로 혹은 좀 더 즐겁게 하시라고 비행기를 놓친 경우에도 새로운 길이 열린 적이 있는 저로서는 감히 말합니다.


언제나 어떤 문이 닫히면 분명히 새로운 문이 열린다고. 그러니까.
당장 너무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고.



수수료나 여행 중의 시간. 엄한 증명사진. 그리도 당일에 되지 않아서 다시 교토에서 영사관으로 가야 하거나

우편비를 내야 하거나 하는 일도 생길 수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살아있고, 여행하기에 생길 수 있는 에피소드

이고 이런 거로 글도 한 편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요?


여하튼 일주일 뒤에는 부산으로 향하기 위하여 저는 오사카에 있을 겁니다.

후쿠오카 가려던 것을 취소하고 그냥 페리로 돌아가기로 정했거든요. 그렇다면 이렇게 정하지 않고 내내

일본에 실은 더 머물러도 되지만 뭔가 다시 세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여러분은 연말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는 일단 귀국해서 짐을 좀 정리하고 일 년 내내 미뤄둔 건강 검진과 자동차 검사를 합니다. ㅎㅎㅎ

그리고 일본에서 활동 중인 부토무용가 친구의 공연을 보러 갈 것입니다.* 귀국 공연을 하거든요.


그거 말고는 연말에 별다른 계획 없고, 영화의전당 가서 영화를 보고 싶다. 정도인데 보고 싶은 상영작은

하지 않아서 아마도 다른 루트를 찾아야 할 듯하고.


너무 춥다면 여름옷을 살짝 챙겨서 어디 따뜻한 나라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연말 계획이 궁금합니다.


여권분실하면 가까운 경찰서에 간다. 분실 신고를 하고. 설명한다. 그리고 보험사 혹은 대사관 영사관에 제출할 수도 있으니 분실신고확인서를 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간 사세보 경찰서에서는 분실신고접수는 해주었지만 제가 요청해도 주지 않아서 경찰서 직원이 자필로 엄하게 분실 사실을 써줬는데 그게 좀 웃겼습니다. 그런 걸 안 해봐서 그분도 모르신 것이겠지요.


그리고 되도록이면 저처럼 하지 마시고 내내 잘 간수하면서 안전한 여행 하세요.

은행에서 환전 2번 하면서 든 베이직 여행자보험으로 뭔가 커버가 되려나요? 착불비용이라도 받으면 좋겠지만요. 그저 여권을 찾은 것에 만족합니다.









교토 한 달 살기 하기 전에도 히로시마에서 호텔 체크인 할 때 요구한 적 있지만 분실했다고 하니 넘어갔고

카피본 보여줬습니다. 그마저 안 보여줘도 체크인 다 잘했습니다.

그리고 도쿄에서 교토 올 때 국내선 비행기를 동경 간사이 구간 탔지만 신분증 검사는 아예 안 하더군요.

혹시 몰라서 어머니가 집에 있던 유효기간 지난 패스포트 찾아와 주시긴 했거든요.


암튼 부디 안전하고 좋은 여행 하시거나 계획하시기를 바랍니다.


연말 따뜻하게 보내시고, 주위에 계신 분들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다음 연재는 교토에서 쓴 것으로 올리지만 그다음부터는 귀국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좋아요는 언제나 계속 글 쓰라고 응원해 주시는 거 같아서 좋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교토 한달살기 나날들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