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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ru Jul 10. 2016

일상의 재미

케냐 City Park 원숭이 공원

유난 일수도 있지만 나는 케냐가 외국인에 대한 치안이 그리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오래 걸어다니는 것을 삼가고, 값비싸 보이는 물건 등은 밖에 꺼내두지않는다. 여행지에서 한없이 걸어다니는 것을 매우 즐기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스스로 만든 제한 때문인지 주말이 되면 한적한 공원에 앉아 아무 걱정없이 볕을 즐기다 오는 상상을 하곤 한다. 

이전에 택시기사로부터 원숭이가 아주 많아 재밌다고 추천받았던 City Park는 나이로비 타운에 위치한 공원이고 입장료는 무료이다. 그렇지만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케냐에서는 큰 건물의 입구에서 늘 짐검사를 하는데, City park는 입장료가 따로 없다보니 그런 짐검사를 따로 하지 않는다. 비무장지대에 떨어진 느낌이었다. 

입구라고 생각되지 않는 길로 가족 단위 사람들의 뒷모습을 따라 들어간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부터 벌써 나무 위, 하나 둘 원숭이들이 사람을 구경한다. 조금 더 들어가니 잔디밭 위에 사람들과 함께 뛰어 다니는 원숭이들이 가득이다. 


분위기에 휩쓸린 나도 원숭이의 환심을 끌기 위해 준비해간 바나나를 살짝 꺼냈다. 다 꺼내기도 전에 주변에서 나를 눈여겨보고 있던 원숭이들이 몰려들었다. 조심스럽게 내 손의 움직임을 살피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 더 보고 싶어 살짝 떼어 주고 바로 돌아섰다. 그러니 뒤를 졸졸 따라온다. 조금 더 용기를 내보면 어깨위, 머리위에 원숭이들이 자연스레 올라타며 바나나를 먹는다. 사나우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타기도 해서 그런지 얌전하게 기다릴 줄 안다. 물론 내가 손에 쥐고 있는걸 발견하면 조심스레 다가와 손가락을 하나씩 펴내면서 가져가는데 그런 모습도 귀엽다. 




사람도 원숭이도 평화로운 이 공원은 짧은 시간이지만 따뜻한 볕을 즐기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나는 케냐가 주고 있는 이런 일상이 자연스럽게 재미있다. 멋스러운 건축물은 없어도 자연이 내어준 자리에 일상이 스며 들어와 어울리며 살아가는 모습들. 이 아름다움이 이곳에서는 계속 평화롭게 오래 오래 지켜지기를. 나무하나, 걷는 땅 하나, 다듬어진 곳에서 온 외국인의 부러움이 담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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