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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ru Oct 20. 2016

굳이 오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케냐산 등반기 (1) - 3,300m까지의 기록

케냐는 높은 빌딩 같은 현대적 건물은 많이 없지만 주변을 둘러싼 자연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규모가 훨씬 크고 유명한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잔지바르에 밀려 후보군의 위치에 놓여있는 느낌이 있지만, 세심하고 순박한 멋을 지닌 관광지가 많다. 


케냐산도 킬리만자로라는 명성에 밀려 "2번째"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명성을 추구하면 킬리만자로로 가고, 내실을 추구하면 케냐산으로 가라"라는 말이 있듯 그곳에 발을 들여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신비한 아름다움이 있다. 킬리만자로와 케냐산 모두를 다녀와 본 사람들도 한결같이 '케냐산'이 훨씬 멋있다고 말한다는 사실로 그동안 늘 비교당해온 케냐산에 대한 변호를 해본다. 




나도 '케냐산'에 대한 큰 기대가 없었다. 케냐에 살았으니 가장 유명한 산에 올라가 볼까란 생각으로 선택했고, 내내 "굳이 여기를 가야 하나, 가야 할까"를 고민했던 여행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케냐 여행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단연코 '케냐산'을 꼽을 것 같다. 


케냐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5,199m이지만 우리가 택한 여정은 3번째로 높은 4,895m Lenana Point등반이었다. 이 여정에 여행자 3명을 제외하고, 가이드 1명, 요리사 1명, 포터(짐을 들어주는 사람) 2명이 함께 3박 4일 동안 함께 한다. 가이드는 등반을 함께하며 길을 안내해주고, 건강체크, 일정 공유를 맡는다. 요리사와 포터들은 3박 4일 동안 먹을 음식과 우리의 짐을 들고 우리보다 먼저 앞서 가서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요리를 하고 짐을 옮겨준다. 이런 신기한 시스템을 가진 케냐산 등반을 시작했다.


첫째 날 케냐산이 자리 잡은 나뉴키시에 들어서면 4인 차량에 갑자기 가이드와 2명의 포터가 탑승하고 중간에 셰프님이 탄다. 그렇게 운전사까지 8명이 4인용 차량으로 2,650m 케냐산 입구에 도착하면, 첫째 날의 시작이다. 첫째 날은 포장된 완만한 오르막을 쉼 없이 걷는 일정이지만, 만만히 볼 수 없다. 한국의 관악산, 설악산 입구에서 산길을 들어서기 전의 오르막길을 첫날 내내 4시간 동안 걷는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큰 감동은 없다. 뛰어난 풍경도 없다. 그저 끊임없이 머릿속에는 "굳이 여기를 와야 했을까, 그런 걸까"를 되풀이한다. 더는 못 걷겠다 싶을 때, 감사하게도 첫 번째 베이스캠프 "OLD MOSES CAMP"가 나타난다.


케냐산 입구
끝없이 올라가는 길

첫째 날의 목표는 3,300m. 4시간 동안 터벅터벅 650m를 올라온 셈이다. 그리고 OLD MOSES는 마치 "웰컴투케냐산"을 외치듯, 그 아름다움의 시작을 알린다. 힘든 몸은 잠시 잊은 채 숙소 앞 펼쳐진 전경에 마음이 트이고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정말 잘 왔다"란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그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고 담아내면 먼저 도착하신 세프 님과 포터님들이 따뜻한 코코아와 팝콘을 튀겨서 내어준다. 그리고 그 무거운 짐을 들고 오신 보람에 넘치도록 따뜻한 양파수프와 멋진 요리를 선보여주신다.


해발 3,300m이기에 베이스캠프는 정말 잠만 자도록 각 방에 이층 침대 몇 개가 꽉 차게 들어가 있고, 차가운 세면대가 전부이다. 이렇게 OLD MOSES에서의 첫날이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저물어갔다. 그 아름다움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을 때, 우리의 가이드는 내일 아침 7시부터 등산을 시작할 것이며 14km를 6시간 동안 오를 것이라는 예고를 하고 떠났다. 어떤 여행객들은 밤새 카드놀이를 하며 즐거움을 표현했지만, 우리는 쏟아지는 별을 잠시 바라보다 8시부터 침낭 속으로 들어가 내일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케냐산에 들어온 하루가 저물어갈 때, 내가 있는 곳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얼마큼 올라온 건지도, 그리고 내일은 얼마나 올라갈는지도. 그렇지만, '굳이' 가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처럼 '굳이' 내일에 대한 더 많은 것들을 알려고 하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어쨌든 내가 있는 이곳은 충분히 아름다웠고, 내일도 아름다울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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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산 1일 차 스케줄]

07:00 나이로비 출발

11:00 나뉴키 도착 - 점심식사 및 가이드와의 만남

12:30 케냐산 입구 도착, 등반 시작

16:30 3,300m - 1차 베이스캠프 OLD MOSES CAMP도착

18:00 저녁식사(양파수프, 생선 튀김, 통감자, 야채볶음,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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