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도 진열장처럼.
진열장을 꾸미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내가 아끼는 물건들을 예쁘게 놓아두고 용도에 맞춰 쓸때가 아니어도 눈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
처음으로 신축 아파트로 이사온 날, 시부모님께 물려받아 썼던 그릇들을 구석에 밀어놓고 새롭게 맞춘 식기셋트들을 예쁘게 놓아보았다. 결과는? 엉망이었다.
그릇이며 밥그릇이며, 국그릇, 파스타그릇, 컵까지. 다 셋트라 예쁘다며 좁은 진열장에 욱여넣고 데코랍시고 조화까지 넣었더니 새로 산 식기셋트가 한순간에 잡동사니로 전락했다.
그후 정리 잘하는 분들을 어깨넘어 보며 그릇끼리 놓아 진열하고 컵은 따로 진열했다. 컵은 정수기 옆으로 놓아 동선이 편하게 했고 갈곳 없어진 조화들은 딸아이 방을 꾸미는데 사용되었다. 그리고 욕심껏 구석에 밀어넣었던 식기들은 비워냈다.
목적에 맞는 꾸밈의 조화로움.
지나치게 많지 않고 적당한 물건 개수로 인해 줄어드는 집안일.
공간의 여유로움.
여기서 나는 행복을 느꼈다.
나의 주식 계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거 좋다더라, 저거 좋다더라. 여기 가면 쿠x 이야기, 저기가면 테xx이야기, 요기오면 네xx, 죠기는 카xx..... 여기저기 혹하지 않는 종목이 없었다. 20년 초반까지 5종목 이상 보유하지 않던 내가 어느새 남들따라 좋다는 종목을 죄 쓸어 넣고 있었다. 그것도 얼마 되지도 않는 투자금으로.
예쁘다는 이유로 좁아터진 찬장에 모두 밀어넣어 죄 잡동사니로 만들어 버렸던 과거의 나처럼 말이다.
정신이 들었을때부터 조금씩 정리해 나갔다. 소소한 수익률이었지만 손해 보지 않고 정리해 나가는데 의의를 두었다.
그렇게 정리하고 났더니 진정으로 내가 갖고 싶었던 종목만 남게 되었다. 남은 주식들은 다시 나의 목표에 맞게 예쁘게 정리되었다. 어지러웠던 계좌는 종종 매수할 때가 와 계좌를 열어보면 흐뭇해지는, 설렘이 담긴 진열장이 되었다.
계좌에 여유가 생기자 자금 흐름 역시 부드러워졌다. 그 여유로 자영업자로서 최대 약점인 연금을 채워 넣을 수 있게 되었다.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40대에 시작하려 했던 연금 채우기를 30대에 시작할 수 있다는 건 꽤 괜찮은 기분이었다.
아직 서툴고 배울점이 많지만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면서 조금씩 정리되고 안정을 찾아 나가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여유와 안정이 살아가는데 가장 큰 버팀목이자 행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