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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Nov 11. 2021

플라멩코, 네가 나에게 남기고 간 흔적

감히 살아온 인생을 돌아 보기에는 짧은, 41년이란 세월 속에서, 플라멩코가 내게 남기고 간 흔적은 여간 강렬해서 도저히 한 여름 밤의 꿈이었다고는 생각 할 수가 없다. 한참 고열을 앓다 깨어난 것처럼, 몽롱하고 반쯤 잠긴 초점없는 눈은 허공을 해맨다. 마치 연인과의 잠자리를 나눈 꿈에서 깨어난 듯 고르지 못한 숨결을 내쉬듯 심장 박동은 고르지 못하다. 오늘도 나는 플라멩코를 한참 추던 그 시절의 어딘가에서 서성이다 잠에서 깨어난다. 그렇게 플라멩코는 또 다시 강렬하게 다가왔다가 그 여운을 가시지 않고 불쑥불쑥 불현듯 고개를 내밀며 내 곁을 서성거린다.


지금은 마치 회답없는 이에게 편지를 쓰듯,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이를 그리워하듯 무작정 펜을 움직인다. 이렇게 아직까지도 내게 펜을 움직이게 하는 이 위력의 정체는 무엇일까? 무엇이 아직까지도 내게 플라멩코에 집착하게 만드는 걸까? 앞뒤 가리지 않고 온몸을 불사르며 퐁당 그 열정에 몸을 던지던 그 시절이 그리운 걸까? 아니면, 미쳐 다 이루지 못한 꿈, 미쳐 다 맞추지 못한 퍼즐 조각을 완성하기 위한 것일까?


플라멩코, 사랑한다. 그 깊고 깊은 고독과 열정을.

불사조마냥 내 자신을 불살라야지만이 이룰 수 있는 "두엔데 Duende"

너를 얻기 위해서 나를 버려야 하는, 잡히지 않는 그 존재.


온전히 온몸의 신경과 근육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컨트롤하는 동시에

모든걸 내던져야지만 얻을 수 있는 불가항적인 너.

이런 너를 갈망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


세비야의 레스토랑 기둥에 제작했었던 플라멩코 작업, Sevilla,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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