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될까. 2010년 기준으로 15세 이상 생산 가능 인구 가운데 약 16.9%가 자영업자이거나 그들을 돕는 가족들이다. 전체 취업 인구의 28.8%에 이른다. 이 같은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물정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보면 자영업자들이 수익이 좋아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호구지책에 가까운 상황이다. 그만큼 한국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서라고 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정규직 일자리는 전체 생산 가능 인구의 24.8%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워낙 부족하다보니 자영업이 늘어났다고 보는 것이 현실에 가깝다. (중략)
이미 자영업이 과포화 상태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은 먹고살 뾰족한 대안이 없어서, 또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 대열의 대부분은 베이비부머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고성장기를 구가해온 베이비부머들의 선두세대가 50대 전반에 이르면서 대거 은퇴하고 있다. 이들의 사정은 뻔하다. 기대 수명은 길어졌고, 자녀들은 대학생이어서 한창 학비가 나갈 나이다. 그런데 어느날 꼬박꼬박 월급을 받던 직장에서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직 살아갈 날은 많고, 돈 들어갈 데는 천지다. 그런데 그 나이에 번듯한 새 정규 직장을 잡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럴 재주가 있었다면 원래 직장에서 더 오래 버텼을 것이다.
- 강도현, [골목사장 분투기], 27~29쪽, 2014년
그러고보면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타령이 바로 '장사나 해볼까' 아닌가. 파생상품 거래를 하던 외국계 헤지펀드의 트레이더였던 저자는 카페를 경영하게 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된다. '헬조선'이 이미 예정된 '오래된 미래'였다는 것을.
카페는 신규창업 후보 1위 업종이다. 이상하게도 많은 직장인들이 카페 사장을 꿈꾼다. 일하면서 책도 읽고 자기 취향대로 공간을 꾸미고 좋은 일도 가끔은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아는 한 그런 카페는 없다. 카페 생존의 핵심은 영업이다. 영업 능력이 카페 생존의 갈림길이다. 어떤 일이든 영업은 힘들다. 카페를 열면 손님이 물밀듯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사막 한가운데서 조금만 걸어가면 오아시스가 나올 것이라는 착각과 비슷하다. 사막에 오아시스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점은 안타깝게도 너무 지쳐서 다른 조치를 취할 여력도 없을 때다. 결국 쓰러지고 마는 운명을 맞게 된다. 행여나 손님이 물밀듯 찾아오는 곳이라면 그만큼 보증금, 임대료, 권리금이 비싸다.
- 같은 책, 91~92쪽
저자의 논리는 간명하다. 웬만한 OECD 국가의 2배가 넘는 자영업자 비율을 가진 대한민국은 여전히 부동산에 올인 중이고 결국 내수경기로는 견딜 수 없는 과도한 임대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한 대부분의 50대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실상 자영업밖에 없다. 자기 돈으로 자기에게 월급을 준다는 너스레도 무색해질 만큼 이젠 그 자체로 재기불능의 실패가 보장된 투자에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것이다. 여기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대출 아파트'의 가격이 폭락하는 순간이 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진정한 '헬조선'은 아직 오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