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잘못 선택한 건가...어쨌든 몇 안 되는 소수네. 어쩌면 나 밖에 없을 수도 있겠어'
그러면서도 은근히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그러게.. 나는 왜 이렇게 전략에 목매지?'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권위자도 되고 싶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도 고위 직급으로 진급하는 성공도 거머쥐고 싶었다.
과연 내가 만들어 온 '현실'과 만들고 싶은 '꿈', 그리고 기대하는 '욕망' 사이에 접점이 없을까?
이 셋을 한 번에 이룰 수 있는 묘수가 필요했다.
무엇을 해야 할까?
책 쓰기다. 그랬다. 이 분야에 필요한 책을 쓰는 것.
이것저것 엉겨 붙는듯한 옵션이 하나둘씩 늘었다.
'그래도 기왕이면 좀 팔릴만한 걸 써야 하는데... 너무 군사분야에 특정적이면 타깃층이 너무 한정적이지..'
마침 쓰고 있던 아티클 하나가 있었는데 '나폴레옹은 어떻게 승리하였는가?'라는 주제였다.
이미 많은 이들이 연구했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서 직접 풀어보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시작 했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나폴레옹이 승리한 이유는 그가 군사적 천재였고 프랑스군의 기동력이 상대국 보다 우수했기 때문이다라는 말로는 수긍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폴레옹의 승리 원인을 블루오션 전략네서 말하는 여러가지 툴로 풀어보고자 했고 그때 매력을 느끼고 선택한 분야가 '전략'이었다.
경영학계에서 군사학으로부터 얻은 전리품이 '경영 전략'이라면 이제 그들이 주장하는 경영전략을 군사학에서 사용해보겠다는 포부였다.
한편 블루오션 전략에서는 '전략'이라는 개념이 제로섬 게임의 전쟁, 군사분야에서 나온 단어인 만큼 한계가 있다는 투로 기술하고 있었다. 땅따먹기식의 제로섬 게임, 군사적 색채가 강한 기존의 전략을 피비린내 나는 레드오션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기존의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새로운 시장, 블루오션을 추구해야 한다며 푸른 바다의 시원함, 신선한 느낌을 제대로 끌어들인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결국 블루오션 전략 이라고 타이틀 하는 것을 보며, 전략이라는 단어를 덮어써버릴만큼 '전략'을 대체할 강력한 단어없이 블루오션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에서 무언가 결핍된 것을 느꼈다.
그렇게 첫 번째 책. <미래를 선점하는 창조적 지휘관의 Keen eye>를 내었고
2020년, 두 번째 책을 냈다.
<대체 불가한 전략 디자이너가 되라>
물론 직장에서는 내 위치도 있고 하니 주변에서는 대단하다고 인사말을 남기곤 하지만
매너 플레이일 것이고
우선 가족들의 반응이 중요한데, 조심스럽다.
"어려워..."
이런.... 분명히 초고 나왔을 때 뭔가 끌린다며 재밌다고 했던 와이프의 첫마디다. 살짝 배신감이 들었다.
부르르 눈 밑살을 떨리는 걸 눈웃음으로 승화시키며 너그럽게 보이게 대답했다.
"그래, 여보... 전략이라는 게, 원래 쉽지 ³
"아니, 당신이 쓴 게 어렵다고!. 내가 서점에 가서 보니까 같은 인공지능인데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는 뭔가 빨아들이는 마력이 있는데.. 여보가 쓴 건 좀 어려워. 딱딱해"
그렇다. 내 책에도 이지성 작가가 쓴 <에이트>에 관한 내용도 있기는 하다.
인공지능 켄쇼에 관한 내용이다.
켄쇼가 과연 598명을 해고한 게 맞는지 전략 분석 기법을 사용해서 파헤쳐 보는 내용인데 그분이 읽으시면 살짝 화낼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내가 <에이트>로 중요한 영감을 받았다는 점에서 존경해 마다하지 않는다.
기회가 되면 만나보고 싶다. 특히 불이 난 거대한 배의 갑판에서 우왕좌왕하다가 타 죽을 것인가? 50미터의 높이지만 뛰어내릴 것인가? 묻는 스토리로 시작하는 부분이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이 나에겐 그 순간이다.
'이 대화의 갑판에 난 불을 어떻게 피하지? 우왕좌왕하지 말고 뛰어내려야 하는데...'
"그렇지, 그분은 그러니까 베스트셀러 작가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가 최선이지 않을까?
아마 이지성 작가도 <에이트>를 쓰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독자들의 기대치가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다행히 그런 부담감은 아직 없다. 단지, 어딘가에 나와 같은 캐릭터가 존재할 텐데 그가 궁금해할 내용들을 모아서 여기저기서 찾고 수집하는 시간을 좀 덜어주련다는 생각으로 썼다. 애초에 베스트셀러를 꿈꾼 것은 아니고 전략 분야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오는 책, 왠지 자신의 수고를 덜어주었다는 것에 고마움의 인사를 날리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기대를 해본다.
"우리 아빠도 사위가 썼으니까 읽어는 보시겠는데 어렵데. 좀 쉽게 써"
왠지 이 말은 다음번에 또 쓸 때는 좀 더 쉽게 쓰라는 의미로 매우 긍정적으로 들렸다.
역시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는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던 것이겠지.
"여보... 그런데, 전략 말고 다른 거 하면 안 돼? 사람들이 재밌어할 만한 거"
이 말은 꽤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신선했다.
번잡했던 머릿속을 단숨에 정리해주었으니 말이다.
"내가 쓴 내용,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내용도 아니야. 내가 기대하는 건 뭔가 프레시한 것을 찾는 하이클래스....(중얼중얼)"
그랬다. 나는 이미 아내와의 대화의 갑판에서 뛰어내려 차가운 바닷속으로 들어왔다.
대화의 갑판에서 우왕좌왕하다 불길에 타 죽지는 않았지만
이제 다시 배로 올라갈 수도 없고 차디찬 바다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망망대해에서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그야말로 운 좋게 지나가는 배가 구조해주어야만 살 수 있다.
전략에 관한 책을 썼으니 이제 내가 왜 전략에 목매는지 증명해 보여야 할 차례가 된 것이다.
그러다, 최중경 작.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를 만났다.
**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에서 옮겼습니다. **
.... 정작 중요한 안보 이슈가 미-일사이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되게 한 외교. 국방 당국은 대체 무슨 생각과 복안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만약에 없었다면 훗날 역사의 준엄한 비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은 우리의 동의 없이는 불가하다 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외교부와 국방부가 왠지 서글퍼 보이기까지 한다. 아니, 분노의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다는 게 더 정확하고 솔직한 심정일지도 모르겠다. 1904년 2월 러일 전쟁 개전에 맞추어 일본 육군 5만 명이 제물포와 진남포에 상륙했을 때 조선의 허락을 얻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전쟁 중에는 힘의 논리 이외에는 어떤 논리도 먹혀들지 않는다는 게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준 냉엄한 현실이다...
<대한 제국의 비극 The Tragedy of Korea> (1908)을 집필해 일본의 침략을 서방 세계에 알린 영국 <데일리 메일>의 프레제릭 아서 메켄지 기자가 1904년 당시 일본의 움직임을 우려하며 대한제국의 군부대신과 내장원경을 지낸 이용익에게 경고하자, "대한제국은 중립을 선언했으니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20세기 초 대한제국 대신의 무사안일과 우리의 동의 없이는 불가하다는 21세기 초 대한민국 안보 당국의 어설픈 자신감이 중첩되어 보이는 것은 단순한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