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00일의 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드리 Jul 05. 2019

귀가

최선이자 최고의 귀환

뉴스를 넘기다 보면, 위험하고 역겨운 일이 계속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다행인 세상이다.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술 먹고 기분 좋게 흥얼거리며 걸어가는 길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계속 들린다. 직장 상사에게 수모를 겪은, 모르는 사람이 집 안으로 따라 들어오려는 상황에서 간발의 차이로 현관문을 닫은, 혹은 닫지 못한 그 사람이 나일 수도 있겠지… 


가방 안에 작은 호신용 스프레이를 들고 다니면서,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자위하는 내가 가엽고 애처롭다. 운과 확률에 나의 생을 던져 놓은 채로 길을 걷는 내가 한심하고 불안하다. 수많은 위협 안에서 아기 사슴처럼 계속 경계하며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정신을 반쯤 놓고 좋은 것들만 보며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오늘 집에 무사히 들어가 침대에 눕고, 다음 날 아침 해를 볼 수 있으면 그날 하루도 잘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집 앞에 할머니가 보내주신 택배가 와 있을 테니, 조금은 희망적인 맘으로 귀가해야지.

오늘도, 내일도 잘 살아남길, 별 탈 없이 귀가할 수 있길.

매거진의 이전글 타이밍과 영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